
2017년 여름, ‘살충제 계란’ 사건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몇몇 산란계 농장에서 케이지 내 닭의 몸에 붙은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해 살충제를 계사 내에서 살포한 것이다. 그 살충제 성분의 일부는 닭의 피부와 깃털을 통해 흡수되었고, 부리로 깃털을 고를 때 깃털에 묻어 있는 살충제 성분 일부가 소화기로 들어왔다. 이렇게 닭 체내에 흡수된 살충제 성분이 난소를 거쳐 계란의 난황에 축적된 채로 유통되고 있었다. 국민은 경악했다.
살충제 계란 사건 이후 도입돼
방사·유정란 판매 신장에 기여
닭의 행복은 결국 우리 위한 것

농림축산식품부의 주도 하에 많은 전문가가 이 문제의 근원이 무엇이고,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지에 대한 견해를 냈다. 유기농 친환경 약제를 쓰자는 견해도 나왔고, 동물복지가 답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동물복지에 대한 주장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이 관련성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몇 번의 공청회와 전문가 협의를 거쳐 산란계 농장의 사육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살충제 사용을 줄이는 근본적인 방안이라는 결론에 달했다. 계사 내 좁은 케이지 안에 닭들이 밀집되어 사육되는 환경을, 진드기가 발생했을 때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주요 원인으로 본 것이다.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진드기가 생겨도 닭은 모래 목욕, 깃털 손질 등의 자연 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높은 밀집도의 사육 환경과 높은 습도, 그리고 청결도의 문제가 진드기의 발생과 번식, 그리고 확산 속도를 높인다. 그리하여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복지 기반의 사육환경 개선을 통한 산란계 농장의 생산관리 혁신을 추진했다. 꼼꼼한 잔류물질 검사도 함께 진행되었음은 물론이다.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계란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계란이 어떤 농장에서 생산한 것인지 식별할 수 있는 난각표시제를 실시하였다. 난각에 표시하는 일련의 숫자의 맨 마지막 자리에 완전 방사를 하는 생산 농장의 계란에는 1이라는 숫자를, 케이지가 아닌 실내 평사에서 방사·생산한 것에는 2, 개선된 케이지에서 생산한 것은 3, 예전 방식의 케이지에서 생산한 것은 4를 표기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이를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대국민 홍보를 통해 1·2번의 난각번호가 있는, 즉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 중인 동물복지 인증 기준에 부합하는 계란의 구매를 촉진하였고, 유통업체들도 적극 협조했다.
산란계 사육환경 개선 정책이 시행된 지 수년이 흘렀다. 과연 우리 소비자의 계란 소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농림축산식품부가 의도한 바대로 개선된 생산환경에서 생산된 계란의 소비가 늘고 있을까? 일부 언론에서는 난각표시제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를 최근에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서울대학교 푸드 비즈니스랩에서는 농촌진흥청의 수도권 주부 소비자 패널 1270가구 3482명의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의 장보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란 구매 행동을 분석했다.
단백질 섭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2022·2023년 평균 대비 2024년 해당 가구의 연평균 신선란의 구매는 금액은 5.99% 증가했고, 구매 건수는 0.02% 증가로 제자리에 머물렀다. 계란 물가지수가 해당 3년간 크게 변하지 않은 거로 봐서, 한번 구매할 때 더 많은 수의 계란을 구매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동 기간, 신선란 기준 동물복지란은 금액 기준 무려 38.64%, 구매 건수는 24.81% 증가했고, 방사란은 각각 30.43%, 17.52% 증가, 유정란은 33.1%, 15.53% 증가하고 있었다. 이 계란들은 난각번호 1·2번에 해당한다. 더불어 무항생제란은 각각 34.69%, 34.7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이런 특수 신선란이 아닌 일반 신선란의 구매 금액은 6.66% 감소하였고, 구매 건수로는 10.06% 감소하고 있었다.
각 가구가 계란에 지출하는 총금액 대비 언급한 특수 신선란의 구매 금액의 비중은 2022년 27.5%에서 2024년에는 39.1%로 증가하고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산란계 농장의 생산 환경을 개선을 위한 수년간의 노력이 상당한 결실을 맺고 있다. 더 많은 산란계 농장이 생산 환경 개선에 동참하고 있고, 소비자도 더 깐깐해지고 있다.
동물복지 관련 사회운동 단체인 휴메인 리그(Humane League)에 따르면 EU의 경우 난각번호 1·2에 해당하는 케이지-프리(Cage-Free) 방식의 계란 생산은 전체의 60%에 달한다. 국내에선 대략 20% 수준으로 추정된다. 난각번호 3·4에 해당하는 계란의 다수는 제과·제빵 등 가공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제과·제빵 제조사는 아직 바뀌지 않고 있다. 우리 소비자들이 동물복지 계란으로 만든 과자와 빵을 요구하고, 더불어 이에 대한 지불 의사가 조금만 더 올라가면 제조사는 자연스럽게 바뀐다. 닭이 행복해지면 계란도 더 건강해진다. 결국 우리를 위한 길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푸드비즈니스랩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