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알려주는 청소법
달걀 청소는 식초보다 소금

주방 청소에 식초만큼 만능인 세제도 드물다. 천연이면서도 인체에 무해하고, 음식 때와 기름, 얼룩, 석회 자국까지 제거하는 강력한 세정력 덕분이다. 게다가 냄새 흡수 효과도 뛰어나 주방 한켠에 식초 한 컵쯤 두면 공기를 상쾌하게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만능 청소템’ 식초에도 예외가 있다. 바로 달걀이다.
달걀은 언제든 깨지고 엎질러질 수 있다. 조리 중에 너무 세게 깨거나, 싱크대에서 미끄러질 때, 혹은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저지른 일로 바닥에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식초 스프레이를 집어 드는 건 오히려 역효과다.
그 이유는 ‘화학 반응’에 있다. 식초는 산성 물질로, 주성분인 초산(4~6%)이 달걀의 단백질과 만나면 응고 반응을 일으킨다. 이는 단백질의 구조가 풀리거나 변형되는 현상으로, 달걀 흰자가 굳는 원리와 같다. 실제로 수란을 만들 때 식초를 넣는 이유도 바로 흰자를 응고시키기 위해서다. 따라서 식초를 흘린 달걀 위에 뿌리면, 오히려 더 끈적끈적하게 굳어 청소가 한층 어려워진다.
제대로 닦는 법 — ‘소금’이 답이다
식초 대신 식탁용 소금을 활용해보자. 달걀 액체를 바로 닦아내면 오히려 퍼지고 번져 지저분해지기 쉽다. 이때 소금을 듬뿍 뿌려 몇 분간 그대로 두면, 소금이 수분을 흡수해 달걀을 굳혀준다. 이는 ‘삼투압 작용’ 덕분으로, 달걀을 단단하게 만들어 손쉽게 젖은 천이나 키친타월로 닦아낼 수 있다.
날달걀에는 살모넬라균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마지막 단계에서는 반드시 소독이 필요하다. 따뜻한 비눗물로 잔여물을 닦은 뒤, 희석한 락스나 클로락스(Clorox) 와이프로 표면을 소독하자. 단, 주방 상판 재질에 따라 사용할 수 없는 소독제가 있으므로, 반드시 제품별 사용 지침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식초는 여전히 훌륭한 천연 세정제이지만, 달걀을 쏟은 자리의 청소만큼은 예외다. 주방에서 식초 스프레이를 꺼내기 전, 이번만큼은 소금통을 먼저 잡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