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조 쥔 그들 "한놈만 패라"…위고비로 5배 뛴 회사 비밀

2024-12-02

글로벌 빅파마 노보노디스크의 비결

‘일론 머스크 비만약’으로 유명한 위고비 외에도 삭센다, 오젬픽, 빅토자 등 전에 없던 당뇨·비만 치료제를 선보인 노보노디스크의 기업가치는 로켓 상승했다. 2021년 초만 해도 주당 200덴마크 크로네(약 4만원) 초반에 거래됐던 노보노디스크의 주가는 위고비 출시(2021년 6월) 이후 3년 새 5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엔 세계 최대 명품 기업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고 유럽 시가총액 1위(약 5404억 유로, 약 793조원) 자리를 꿰찼다.

모태는 당뇨 환자를 위해 오직 인슐린만 붙잡고 연구하던 노디스크 인슐린연구소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1920년) 아우구스트 크로그 박사가 당뇨병을 앓고 있던 아내를 위해 1923년 설립한 곳이다. 당시 의학계는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이 발견한 췌장 분비 호르몬 ‘인슐린’(1921년)을 통해 당뇨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은 상태였다.

인슐린을 최초로 찾아낸 캐나다 연구진은 외부 연구기관·기업에 인슐린의 상업적 연구와 판매를 허용하며 “수익금을 반드시 연구에 재투자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크로그 박사는 1924년 자신과 아내의 이름을 딴 아우구스트 앤 마리 크로그 재단(현 노보노디스크재단)을 만들고 기존 노디스크 인슐린연구소를 재단의 자회사로 만들었다. 이후 노디스크에서 근무하던 페데르센 형제는 독자적으로 인슐린을 생산하기 위해 1925년 노보 테라퓨티스크 연구소를 설립했고 두 회사는 각자 정제 인슐린 생산에 주력했다. 그로부터 74년이 지난 1989년 큰 변화가 일어난다. 노디스크 인슐린연구소와 노보 테라퓨티스크가 합병을 결정한 것. 현재 글로벌 인슐린 공급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노보노디스크가 출범했다.

노보노디스크는 당뇨병 연구개발(R&D)에 천착하며 연구 분야를 내분비 질환, 희귀혈액 등으로 확대해왔다. 한 우물을 판 결과는 달콤했다. 당뇨병 치료제 연구가 비만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며 엄청난 이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스마트센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등 새롭게 도전장을 낸 신사업도 모두 인슐린 R&D에서 파생된 결과물이다.

당뇨 치료와 인슐린 연구는 창립 당시부터 집중했다. 췌장에서 만들어지는 인슐린은 혈당이 체내의 세포 속으로 들어가 에너지를 만드는 연료가 되도록 돕는 호르몬이다. 1921년 인슐린이 처음 발견된 이후 전 세계 제약사들은 인슐린을 인공 생산하기 위해 주력했다. 1923년부터 인슐린 약제를 생산한 노보노디스크는 1982년 돼지 인슐린을 활용해 체내 인슐린과 똑같은 구조·효과를 가진 약물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1989년 1회용 인슐린 주사기, 1999년 약효 지속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인슐린 약물을 처음으로 선보인 것도 이 회사다. 인슐린을 연구하다 발견한 의외의 성과들은 혈우병 치료제, 여성호르몬, 성장호르몬 시장 진출의 발판이 됐다.

비만치료제 시장에는 2010년 진출했다. 인슐린 주사 빅토자를 임상 시험하다 혈당 조절 외에 체중 감량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발견하고서다. 노보노디스크는 2014년 인슐린 분비 유발 호르몬 GLP-1을 흉내 낸 리라글루타이드를 개발해 비만치료제 ‘삭센다’를 출시한다. 뇌 시상하부에 영향을 끼쳐 포만감을 느끼도록 하는 원리다.

2022년에는 리라글루타이드보다 반감기가 길어 약효가 더 오래 지속하는 세마글루타이드도 개발했다. 이를 활용한 비만치료제가 바로 ‘위고비’다. 하루 한 번 주사를 맞아야 했던 삭센다와 달리 위고비는 일주일간 약효가 지속된다. 내년쯤에는 위고비보다 효과가 더 뛰어난 신약을 선보일 계획이다. 위고비에 또 다른 혈당수치 조절약 카그릴린티드를 섞어 만든 복합제재 ‘카르기세마’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 품귀 현상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자 생산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CDMO 기업 인수도 추진 중이다. 지난 2월 미국 카탈런트를 165억 달러(약 23조원)에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카탈런트는 스위스 론자에 이어 세계 2위 CDMO 기업으로 한국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쟁사 중 하나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미국의 AI 헬스케어 업체 ‘밸로헬스’와 심혈관 대사질환 신약을 개발하기로 하고 최대 27억 달러(약 3조6000억원)의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3월에는 미국 엔비디아, 프랑스 에비덴과 손잡고 질병 분석을 위한 수퍼컴퓨터 생산 계약도 체결했다. 이 컴퓨터는 덴마크 AI 혁신 국가센터에 올해 말 설치 예정이다.

지난 9월에는 당뇨 주사제에 스마트센서 ‘말리야’를 부착하며 빅데이터 수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말리야는 펜 타입의 자가 주사제에 부착할 수 있는 디지털 센서로 주사기 약물 투약 용량, 주사 시간, 투약일을 수집해 노보노디스크에 전송한다. 회사는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환자 편의성 개선을 위해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2021년 6월 미국에서 위고비를 출시한 후 직전 대비 3배 넘게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덴마크의 국내총생산(GDP, 4060억 달러)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는 약 30% 상승했으며 지난 12개월 동안 80% 올랐다. 하지만 시장의 환호가 커질수록 감시의 눈초리도 매서워지고 있다.

노보노디스크가 지난 6일 발표한 올해 1~3분기 누적 실적에 따르면 이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0% 이상 늘었다. 매출은 2047억 덴마크 크로네(약 41조8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2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916억 덴마크 크로네(약 18조38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늘었다. 전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0억 달러(약 15조3000억원)에서 2030년 1000억 달러(약 14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노보노디스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미국 일라이릴리다. 1876년 설립된 이 회사는 당뇨 치료제, 항암제, 신경계 질환 치료제 등을 개발해왔다. 1923년엔 세계 최초로 인슐린을 상용화했다.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시가총액 5534억 달러(약 776조억원) 기록해 시총 기준 글로벌 제약사 1위다. 한미약품·유한양행·동아에스티 등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비만 치료제 개발에 공들이고 있다.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은 1780억원 규모로, 미국·브라질·호주에 이어 네 번째로 크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시장과 정부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술을 혁신하며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더중플이 더 깊게 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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