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과 아마조네스

2025-03-02

이번 주 영웅 시리즈에 관한 수업에서 아마조네스 전설을 다뤘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성 부족인 이들은 전쟁의 신 아레스의 후예로 막강한 전투력을 갖춘 전사들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와 완전히 상반되는 문화와 관습을 지닌 아마조네스 사회는 폴리스가 남성 중심의 시민 생활, 이성적 통치, 가족 안정성이 기반이었던 것과 달리 그 대척점에서 존재하는 자율적이고 군사적인 모계사회로 묘사됐다.

헤라클레스, 아킬레우스 같은 정통 남성 영웅들의 적수로서, 반드시 정복하거나 굴복시켜야 할 대상으로 그려졌다. 특히 페르시아 전쟁 이후, 페르시아 군복과 유사한 복장을 한 모습을 띠며 야만적 외부 세력을 상징했다. 강렬한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묘사되기도 했는데, 아킬레우스가 전장에서 펜테실레이아를 죽임과 동시에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 그리스 도기화(사진)에 나올 뿐만 아니라 로마시대 석관에도 남편과 부인의 초상화를 주인공으로 삽입해 나타난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감정을 넘어서, 죽음과 사랑의 모티프를 통해 애증과 권력의 역학을 반영한다.

아마조네스는 또한 충성심을 갖춘 명예로운 전사로 묘사되기도 한다. 그리스 호플리트 병사(창과 방패를 지닌 중무장 보병)와 달리 기동성을 중시한 가벼운 무장을 갖추었으며, 전투 방식도 기마 상태에서 활을 쏘는 전술로 유명했다. 이러한 전술은 헤로도토스가 언급한 흑해 스키타이 국경 지역의 당시 유목민들의 전투 방식과 유사하다. 실제로 흑해 북쪽의 초원 지대에서 활동했던 스키타이 및 사르마트족 여성 전사들의 존재와 연결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동서 문화의 충돌 속에서 아마조네스 전설이 탄생했다고 볼 여지도 있는 셈이다. 혹시 아마조네스의 전설 속에는 강인한 고구려 여인들의 이미지도 배어 있는 것은 아닐까. 영웅 수업을 진행하며 계엄을 해제시킨 한국 시민전사들의 용맹한 모습이 떠올랐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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