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보호’ 상법 개정 찬성했던 정부의 딜레마

2025-03-02

야당 이달 임시국회서 단독 처리 방침에 반대하기도 난감한 처지

대안으로 ‘핀셋 규제’ 자본시장법 개정 제시…최상목 거부권 고심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 단독 처리를 추진하자 기획재정부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소액주주 권리 보호 방안으로 상법 개정 의사를 밝힐 당시 정부도 찬성했기 때문이다. 궁색한 처지에 몰리자 정부와 여당은 상장사에만 국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3월 임시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일단 보류해놓은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직무를 수행할 때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고, 전자주주총회 도입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한국 증시 저평가 타개책 중 하나로 나왔다. 기업이 총수일가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쪼개기 상장’을 하면서 소액주주들이 손해를 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생긴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사실 윤석열 정부도 지난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목적으로 상법 개정안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이사회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해 2월 “자본시장 선진화를 중점 과제로 삼아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상법 개정에 반대하면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코너에 몰린 정부는 ‘핀셋 규제’인 자본시장법 개정을 상법 개정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장회사의 이사회가 합병·분할을 할 때 “주주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기업이 합병할 때 외부 평가·공시를 의무화하고, 계열사끼리 합병할 때는 공정가액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기업이 물적 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할 때는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공모 신주 20%를 우선 배정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했다.

상법은 비상장 회사까지 포함해 100만개 기업에 적용되지만 자본시장법은 코스피·코스닥에 상장한 2600여개 기업만 대상이 된다.

야당은 오는 3월 임시국회에서 상업 개정안의 단독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이 법안을 단독 처리하면 최 권한대행은 재의 요구를 두고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여야가 자본시장법에 합의하는 ‘타협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4일 삼프로TV에서 “원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담당 상임위인 정무위가 여당이 상임위원장이라 일단 안 하고 본다. 그래서 상법 개정은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할 수 있으니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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