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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축구계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차별과 혐오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반차별 단체 킥잇아웃(Kick It Out·KIO)사무총장 사무엘 오카포르는 12일 BBC와 인터뷰에서 “현재 잉글랜드 축구 내 혐오와 차별의 수준이 위기 상황에 도달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맨체스터시티 공격수 카드자 버니 쇼는 경기 이후 온라인에서 인종차별과 성차별적 메시지에 시달렸다. 그는 결국 정신 건강을 이유로 리그컵 준결승 출전을 포기했다. 구단은 “버디 쇼가 끔찍한 대우를 받았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오카포르 사무총장은 “이는 단순한 개별 사례가 아니다. 온라인과 경기장에서 매주 수많은 차별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최근 미드필더 조 윌록이 인스타그램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은 사건 이후 소셜미디어 기업의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오카포르는 올해가 축구계 차별 철폐 등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되리라 전망했다. 그는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Act)의 새로운 규정이 도입되면서 SNS 플랫폼들이 불법 콘텐츠를 제거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며 “이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해당 법안은 오는 3월까지 플랫폼들이 이를 준수하도록 강제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메타(Meta)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독립적 팩트체킹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혐오 발언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카포르는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며, 혐오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규제 기관들이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축구협회(FA)는 2020년 자발적 다이버시티(Diversity) 코드 도입을 통해 인종차별 해소를 추진했다. 그런데 겨우 53개 구단만이 데이터 제공에 동참했으며, 세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이에 FA는 올해부터 모든 프로 구단이 직원의 연령, 성별, 성 정체성, 인종, 장애 여부, 성적 지향 등을 포함한 인력 다양성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오카포르는 “이는 축구계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며, 다른 산업에서는 이미 일반적인 절차”라고 강조하며 “데이터 공개 이후가 더 중요하다. 지역 사회를 반영하지 못하는 구단이라면 이를 개선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잉글랜드 축구계에서는 흑인 지도자와 남아시아 출신 축구인들이 극도로 부족한 상황이며, 심판과 이사회에서도 다양성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KIO는 2023-24 시즌 동안 사상 최다 차별 신고 건수인 1332건을 접수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수치다. 인종차별은 47% 증가하며 여전히 가장 많은 신고 유형을 차지했다. 또한 여성 축구 팬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 25%가 경기장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으며, 52%가 성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해 여전히 성평등 실현까지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카포르는 “지금이야말로 변화의 기회”라며 “축구를 더욱 포용적이고 모두가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