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미래다] 〈161〉한국종합기술금융주식회사 출범

2025-05-06

과기진흥기금 조성·中企 기술개발 지원 금융기관 닻올려

1992년 7월 1일 국내 첫 기술복권 발행 기관인 한국종합기술금융주식회사(KTB)가 출범했다.

과학기술진흥기금 조성과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장기 저리로 지원하기 위한 특수 목적의 금융기관 등장이었다.

한국종합기술금융주식회사는 이날 낮 12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회관(현 FKI타워)에서 현판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자금이 모자라서 기술 개발 연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에는 가뭄 끝의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기술 개발의 청신호인가?' 중소기업들은 기대감 속에 두 손 들어 환영했다.

현판식에는 유창순 전국경제인연합회장, 김진현 과학기술처 장관, 조석래 기술금융 이사장, 김창달 한국종합기술금융 사장과 국회 김태식·심정구 의원 등 관계 인사들이 참석해 출범을 축하했다.

김창달 한국종합기술금융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에 앞으로 5년 동안 7조원을 투입한다”면서 “기술 개발 자금은 초기연구, 기술개발, 기업화 등 단계별 특성에 따라 차등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현판식이 극히 이례적으로 점심시간인 낮 12시 30분에 열렸다. 이는 청와대 행사 때문이었다.

오전 9시 30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조업 경쟁력 강화 대책회의가 노태우 대통령 주재로 열렸다. 회의에는 정원식 국무총리를 비롯해 전 국무위원과 기업인, 근로자, 각계 대표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김진현 장관은 이 자리에서 “오늘 출범하는 한국종합기술금용의 자본금을 현재 1500억원에서 1996년까지 5000억원으로 늘리고 기술 개발 촉진을 위해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 가운데 70~80개를 선정해서 실용화하겠다”고 보고했다.

정해창 대통령 비서실장의 회고.

“노 대통령은 이날 과학기술처와 상공부 장관 등에 '기술개발자금의 사용 상황과 기술개발계획 집행 현황을 장관이 직접 챙기라'고 지시하셨다.”(대통령 비서실장 791일)

청와대 회의를 마친 유창순 회장과 김진현 장관은 서둘러 여의도 전경련회관으로 달려와 현판식을 거행했다.

한국종합기술금융은 1981년 자본금 150억원으로 설립한 한국기술개발(KTDC)을 확대 개편한 회사였다.

당시 과학기술처 관계자의 말.

“한국종합금융이 5년 동안 지원키로 한 7조여원의 기술개발 자금은 한국기술개발 등 국내 57개 국내 벤처캐피털 회사가 1981년부터 1991년까지 지원한 총 1조5790억원의 기술개발 자금보다 거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이었습니다.”

KTB의 새 업무에는 연금·기금의 수신, 기술개발 복권 발행 업무 등을 추가해 이 돈으로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키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KTB 자본금을 5000억원으로 늘려 기술개발금융업무를 더욱 폭넓게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김창달 사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추진할 업무계획을 소상히 밝혔다.

“한국종합기술금융은 1996년까지 기업공개와 함께 자본금 증자를 통해 480억원의 자기자본을 1조1400억원으로 늘리고 기술개발 금융채권 발행과 연금·기금 인수로 3조1500억원을 확보하는 등 모두 7조원의 지원 자금을 마련,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김창달 사장은 “국내 첫 기술복권 발행으로 5500억원의 기술개발 투자 재원을 조성해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종잣돈으로 지원할 방침”이라면서 “사회 일부에서 우려하는 사행심 조장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18만여 중소기업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국종합기술금융의 문턱을 낮추고 업무 처리 절차도 간소화해 고객이 신속하게 자금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 기업이 필요한 기계설비를 더 쉽게 대여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습니다.”

김창달 사장은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과 설비 지원은 물론 경영에 대한 자문, 교육연수, 신기술의 기업화 알선 등을 통해 자금 지원을 받는 중소기업과 채권-채무자 관계를 떠나 공생하는 사업 동반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종합기술금융 출범은 계획보다 뒤로 밀렸다. 애초 1992년 4월 출범 예정이었지만 기존 법인 청산에 3개월여 시간이 필요해 1992년 7월로 연기됐다.

1991년 12월 1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경제과학위원회 김길홍 의원은 한국종합기술금융주식회사법안 심사보고를 하면서 “한국종합기술금융(주)법 시행일을 1992년 4월로 했지만 기존 한국기술개발회사의 법인 청산에 3개월 시일이 더 필요해 시행일을 1992년 7월 1일로 변경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국회는 이를 수용했다.

1992년 6월 8일 과학기술처는 법 시행에 따라 앞으로 5년 동안 총 3조2000억원 규모의 기술개발금융채권을 발행하고 기술자금의 90% 이상을 중소기업에 지원키로 하는 내용의 한국종합기술금융주식회사법 시행령을 마련했다.

과학기술처는 6월 11일 열린 국무회의에 시행령을 상정하고 이를 확정했다.

6월 23일 한국기술개발은 한국종합기술금융 설립을 앞두고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운영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5년 동안 총 3조1500억원의 기술개발금융채권 발행과 기술개발복권을 발행해서 5500억원을 조성하고, 국민연금기금과 기초과학연구기금 등 각종 공공기금 1조8000억원을 예수금으로 예치하며, 외화자금 차입으로 1810억원을 조달하는 등 총 7조3000억원의 자금을 모아 이를 중소기업의 초기 연구와 기술 개발 등에 장기 저리로 융자해 주기로 했다.

정부는 6월 30일 법률 제13676호로 12조 부칙의 한국종합기술금융㈜법 시행령을 공포하고 7월 1일부터 시행했다.

이에 따라 한국종합기술금융은 융자 사업 시 이자율 범위에 한해 과학기술처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자금의 예수업무 취급 방법과 기간·이자율 등 운영에 관한 사항도 과학기술처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또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개발 자금을 우선 지원하고, 그 비율은 전체 지원 자금의 90% 이상으로 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9월부터 발행 예정인 기술개발복권 자금회계를 별도로 설치하고, 이 회계에 조성하는 자금을 과학기술진흥법에 의해 과학기술진흥기금에 출연할 수 있게 했다.

복권자금회계 관리와 운용에 관해 필요한 사항도 과학기술처 장관의 승인을 받아서 정하도록 했다. 또한 기업의 기술 개발과 관련된 정보를 중개·알선하고,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의 보육을 위한 시설을 운영토록 하는 등 중소기업 육성을 적극 지원하도록 했다.

이 밖에 복권자금회계에 조성하는 자금을 과학기술진흥기금에 출연할 경우 그 한도는 원금보장형복권의 원금 상환과 복권자금 회계의 운용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조정토록 했다.

6월 27일 한국기술개발은 기술복권 발행 방식을 즉석식, 추첨식, 원금보장형 등 세 종류로 확정하고 이 가운데 우선 액면가 500원짜리 즉석식 복권 200억원어치를 9월 중 대행 은행을 통해 첫 발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1992년 중 즉석식 기술개발 복권은 9월과 11월 2회에 걸쳐 총 5백억원어치를 발매하며, 11월부터는 주 1회 추첨을 하는 액면가 500원짜리 추첨식 복권을 총 150억원어치 발매키로 했다.

김진현 과학기술처장관은 7월 22일 중소기업은행에서 열린 기술개발시범기업 발굴·육성을 위한 워크숍에 참석, 특별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기술은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기술 금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일 발족한 한국종합기술금융을 통해 1996년까지 약 7조원의 자금을 조성,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또 “과기처는 G7프로젝트(핵심선도기술개발과제) 등 국가 대형 연구 과제를 추진하면서 중소기업과 적극 연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술복권은 애초 계획대로 9월에 발행하지 못했다. 시스템 미비 등으로 해를 넘겨 이듬해인 1993년 3월 25일부터 발매했다. 중소기업들의 기술 개발을 지원할 국내 첫 기술복권 발행이었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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