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박스네트워크 이필성 대표, “‘디지털 콘텐츠, 이제는 IP가 핵심”

2025-04-28

-광고 중심에서 IP 비즈니스로 성공적 전환…키즈·게임·엔터테인먼트 3대 영역 확장

-재무적 안정 바탕으로 본업 집중…“올해 첫 흑자 기대”

-미래 지향적 크리에이터 발굴…트렌드 넘어 지속가능성 평가

2015년 설립된 샌드박스네트워크(이하 샌드박스)는 MCN(Multi-Channel Network)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 도티 등 인기 크리에이터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키즈 콘텐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MCN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입증하면서 국내 MCN 시장을 개척해 왔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샌드박스 사무실에서 만난 이필성 대표는 창업 10주년을 맞이해 크리에이터와의 동반성장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샌드박스의 고객은 크리에이터입니다. 그동안 해왔던 일을 계속하며 파트너로서의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디지털 콘텐츠 업은 방송, 연예 엔터테인먼트 시장과 유기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TV 시장이 디지털로 이동하는 변화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입니다. 샌드박스는 이 변화의 중심에서 크리에이터와 함께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MCN 산업이 시장 성숙기로 접어드는 초입 단계라고 평가했다.

“시장이란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따라 경쟁 환경이 변화하는 곳입니다. 시장 초기에는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여 시장 상황이 양호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 환경이 악화되었습니다. 현재는 수요와 공급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일부 참여자들은 시장에서 이탈하는 반면, 또 다른 참여자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역할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장은 점차 안정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MCN 시장은 성숙기 초기 단계로 진입하는 시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샌드박스는 그동안 시장 변화에 대응하여 사업을 확장하거나 축소하는 등 전략적 변화를 거듭해왔다. 최근 MCN 시장이 안정화되고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샌드박스의 전략 역시 새롭게 재정립되었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모든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멀티플레이어를 지향했으나, 이제는 IP(지식재산권) 사업,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라는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 IP 중심의 사업으로 재편

“샌드박스를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고 정의했지만, 당시에는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MCN 자체가 신생 산업이다 보니 명확한 방향성 없이 다양한 시도를 진행했었습니다. 지속적인 성장 과정에서 기업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있었지만, 10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우리의 핵심 사업을 정립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플랫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에서 창출되는 IP를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샌드박스의 핵심 비즈니스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MCN 시장의 변화 속에서 샌드박스는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2022년 무렵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자사의 정체성을 재정립했지만 이후에도 조직 구조 개편 등 과도기적 변화를 거쳐야 했다. 이는 시장 선도기업으로서 불가피하게 치러야 했던 대가였을지도 모른다.

샌드박스가 자사의 사업을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로 재정의한 것은 단순한 용어 변경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과 지향점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IP 중심의 사업 구조로의 전환에 있다. 이 대표는 콘텐츠 제작을 통해 형성된 IP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크리에이터 채널 관리와 수익 배분에 국한되었던 기존 MCN의 역할을 넘어선 전략적 접근이다.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로의 전환은 사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필수적이다. 기존 MCN 모델은 주로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구조로, 시장 변동성과 플랫폼 정책 변화에 취약하다.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로의 전환은 출판, 굿즈, 라이센싱, 오프라인 이벤트 등 다각화된 수익원을 개발하는 OSMU(One Source Multi Use) 전략의 강화를 의미한다.

또한 이는 크리에이터 중심에서 IP 중심으로의 사고 전환을 내포한다. 개별 크리에이터의 인기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창출하는 콘텐츠와 캐릭터를 독립적인 IP로 발전시켜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로의 재정의는 샌드박스가 기존 엔터테인먼트 산업과의 경계를 초월하여 확장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적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전통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하는 시점에서, 샌드박스는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으로서의 고유 경쟁력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비전을 명확히 했다.

현재 가장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여전히 광고 사업이지만,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서 샌드박스의 궁극적 지향점은 IP 기반 비즈니스의 확장에 있다.

■ 키즈, 게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IP화

현재 샌드박스는 광고 중심에서 IP 중심으로의 비즈니스의 변화에 따라 키즈,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3개 사업부로 운영하고 있다.

키즈 콘텐츠 영역은 이미 완전한 IP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했다. 샌드박스는 연간 평균 60여 종의 도서를 출간하며, 주요 출판물은 서점 베스트셀러에 등재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백앤아’, ‘빨간내복야코’, ‘뚜식이’ 등의 캐릭터들은 출판 사업을 통해 IP 수익화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도서출판뿐만 아니라 공연·뮤지컬, 굿즈·라이센싱, 애니메이션 제작 등 다양한 분야로 IP를 활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광고 중심의 수익 구조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IP 사업으로 신속하게 방향을 전환함으로써 비즈니스 영역을 효과적으로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게임을 비롯한 서브컬처 영역은 광고 중심에서 IP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과도기에 있다. 팬덤을 확보한 게임 스트리머나 버추얼 유튜버를 활용한 굿즈 사업, 오프라인 행사 및 팝업 스토어 운영, 버추얼 유튜버와의 음악 제작과 이를 활용한 뮤직비디오, 이모티콘, V컬러링 등 디지털 라이선싱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게임 방송 시청자층과 애니메이션, 서브컬처를 향유하는 팬층이 상당 부분 중첩됩니다. 이 영역에서 버추얼 유튜버와 같은 새로운 콘텐츠 형태가 등장하며 IP화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광고나 후원 수익에 의존했다면, 현재는 굿즈, 이벤트, 콘서트 등 다양한 IP 사업을 통해 수익을 다각화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키즈와 게임 및 서브컬처 분야에서 IP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팬덤의 존재 덕분이다. 또한 키즈 콘텐츠와 버추얼 유튜버는 창작자와 독립적으로 캐릭터 자체가 고유한 IP 가치를 지닐 수 있어, IP 비즈니스로의 확장이 상대적으로 용이했다.

캐릭터나 세계관이 콘텐트 창작자와 별개로 IP를 가지기 힘든 일반 엔터테인먼트(방송 연예) 영역은 IP 비즈니스로의 전환이 더디게 일어나고 있는 분야다. 샌드박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일반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의 IP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 지속가능한 크리에이터 발굴 전략

사회적 변화에 따라 인플루언서 선호도 역시 진화하고 있다. 과거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을 과시하는 인플루언서가 주목받았다면, 현재는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크리에이터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해쭈’와 ‘종지부부’가 대표적인 사례로, ‘해쭈’는 호주 일상을 공유하는 콘텐츠로, ‘종지부부’는 이웃집 같은 친근한 가족의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샌드박스는 이러한 크리에이터 트렌드 변화에 주목하며, 단순한 구독자 수나 조회수를 넘어선 심층적 분석을 통해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있다. 샌드박스가 중점적으로 보는 세 가지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콘텐츠의 지속가능성이다. 샌드박스는 시청자들이 해당 콘텐츠를 찾는 근본적 이유를 분석하고, 일시적 트렌드나 우연한 바이럴이 아닌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가치를 지녔는지 평가한다.

둘째, 크리에이터의 핵심 강점 파악이다. 개인의 매력(카리스마, 친근함, 재미있는 성격), 지식과 전문성(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 콘텐츠 기획력(독창적 아이디어, 트렌드 파악 능력) 중 어디에 강점이 있는지 평가한다.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는 특정 영역에 강점을 보이므로, 이에 맞춘 맞춤형 성장 전략을 제공한다.

셋째,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의 평가다. ‘몇십 년 뒤에도 변하지 않을 가치’와 ‘향후 10년간의 변화 방향’을 고려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양성에 대한 존중, 가족 중심 가치의 부상, 크로스 컬처 콘텐츠와 같은 사회적 변화와 트렌드를 예측하여 이에 부합하는 크리에이터를 발굴한다.

이러한 세 가지 원칙은 샌드박스가 일시적 인기나 화제성을 넘어, 장기적 관점에서 크리에이터와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는 철학을 보여준다.

현재 샌드박스는 약 300여 팀의 크리에이터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콘텐츠 개발 및 성장 지원, 사업화 컨설팅, 백오피스 운영 등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체계적 지원을 통해 크리에이터들의 지속 가능한 활동 기반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흑자 전환의 첫 해가 될 것

2025년에 샌드박스는 흑자 전환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작년에 영업 손실을 많이 개선했고, 올해는 흑자 전환이 거의 확실합니다. 재무적 안정을 바탕으로 본업에 더욱 집중할 계획입니다”라고 밝혔다. 샌드박스가 본업에 집중하고 사업 구조를 재편한 결과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글로벌 시장 진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한국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지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구조입니다. 결국 글로벌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글로벌 진출에는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선도 기업들이 ‘퍼스트 펭귄’으로 뛰어들기 어렵습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다면 더 많은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샌드박스는 창립 이후 약 2,000여 팀의 크리에이터와 함께 해왔다. 이제 더 명확한 비전과 전략으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크리에이터 경제의 건강한 성장과 IP 가치의 극대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샌드박스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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