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째 기름값이 비싸서 겨울에 (등유)보일러 틀기가 겁났는데 올해도 추운 겨울을 보낼까 걱정이에요.”
겨울이 다가오면서 농촌 주민들의 가정 난방비 걱정이 짙어지고 있다. 2022년부터 지속된 국제분쟁으로 널뛰던 국제유가가 최근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는 데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폭을 축소하면서 국내 기름값도 꿈틀대고 있다. 도시와 달리 등유·전기·액화석유가스(LPG) 같은 난방에너지에 주로 의존하는 농촌지역은 유가가 오르면 겨울살이에 직격탄을 맞는다. 하지만 도시가스와 지역난방 등을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해 읍·면 지역의 에너지 취약계층은 도시보다 두배나 많은 실정이다.
국제유가는 이란이 이스라엘에 보복을 가할 것이란 외신 보도가 10월말부터 나오면서 오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1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두바이유·브렌트유의 1배럴당 가격은 각각 69.49달러·73.56달러·73.10달러로 3일 연속 상승했다.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2∼3주 뒤에 국내유가에 반영된다. 국제유가 오름세가 지속될 경우 농업용 면세유뿐 아니라 등유·전기·LPG 가격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미 휘발유·경유 가격은 정부가 연말까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대신 인하폭을 축소하면서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농가가 난방에 사용하는 실내 등유 가격은 10월31일 1ℓ당 1307.04원에서 이달 3일 1307.85원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2021년 11월3일 1064.60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농촌 주민들이 기름값 흐름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도시가스·지역난방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단에너지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농어촌지역에서 집단에너지 공급망으로 난방에너지를 얻는 가구 비율은 42.8%에 불과했다. 반면 도시지역의 비율은 91.7%로 두배 이상 높았다.
농촌 내에서도 에너지 격차가 벌어진다. 읍지역 주택은 난방설비로 도시가스(67.4%)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등유(20.6%)·지역난방(2.0%) 등이 뒤를 이었다. 면지역 주택은 등유(51.2%)를 쓰는 가구가 가장 많고 전기는 18.6%, 도시가스는 16.3%에 그쳤다.
농촌의 에너지 빈곤계층 문제도 심각하다. 에너지 빈곤계층은 경상소득 대비 연료비 지출 비율이 10% 이상인 가구를 말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농어촌 주민의 난방·에너지 비용 경감’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3년 평균 농어촌지역의 겨울철 에너지 빈곤계층 비율은 24.7%에 달한다. 전국 평균(13.6%), 도시 평균(10.5%)보다 두배가량 높다. 농촌 주택은 도시 주택에 비해 단열·난방 성능 등이 열악해 난방 효율 자체가 낮다는 점도 난제다.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농촌지역에 난방에너지 인프라 보급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농촌 전반의 난방비 부담을 줄이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도시가스공급배관사업’은 배관 설치 여건상 사업 확대에 한계가 있고 지원규모도 점차 축소되는 추세다. 개별 단위가 아닌 마을 단위로 공급시설을 설치해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LPG 소형저장탱크 보급사업’은 수요는 많지만, 수혜 가구수가 도시가스 미보급 세대의 0.6%에 불과한 실정이다.
농경연은 “LPG 소형저장탱크 보급사업 등을 확대하는 한편 지역규모를 고려한 촘촘한 에너지 인프라 조성에 지원해야 한다”며 “농어촌지역의 에너지 공급 형태를 감안해 에너지 비용 지원규모를 세분화하고 차등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혜 기자 hybrid@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