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하반기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전례 없는 성장세를 보였다. '2024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202년 5월 20일 발표)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의 시가총액은 약 107.7조원으로 전기 대비 91% 증가했으며, 일평균 거래규모도 7.3조원으로 전기 대비 22% 이상 확대됐다.
이러한 성장은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회복, 미국 비트코인 ETF 승인, 비트코인 반감기 등 대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양적 성장 이면에는 구조적 취약성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문제는 거래 구조의 편중이다. 전체 거래소 수익의 97.2%가 원화마켓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반면 코인마켓의 일 평균 거래규모는 전기 대비 81.3% 감소했다. 이는 특정 거래소나 특정 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이며, 외부 충격에 시장 전체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구조를 시사한다.
실제로 글로벌 규제 변화, 특정 프로젝트의 실패, 주요 거래소의 기술 이슈 등은 전체 시장의 동반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자율에만 의존해서는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전략적인 개입과 정책 설계가 필수적이다. 특히 거래 마켓의 다변화, 경쟁력 있는 중소 거래소 육성, 거래소 간 상호운용성 강화는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시장 기반 마련에 핵심적인 과제다.
가상자산 시장의 팽창과 함께 자금세탁 및 불법 자금 유입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2024년 하반기 기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의 외부 이전 금액은 96.9조원으로 상반기 대비 30% 증가했다. 이 중 화이트리스트 대상 주소(해외사업자, 개인지갑 등)로의 이전 금액은 75.9조원으로 38.5%에 달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외부 지갑으로 자산을 활발히 이동시키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금세탁 위험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현재 한국은 FATF 권고에 부응해 자금세탁방지(AML) 규제를 정비하고 있으나, 실효성 있는 AML 체계 운영에는 여전히 과제가 많다. 특히 가상자산의 익명성과 탈중앙성 특성상 기존 금융권의 AML 규제를 그대로 이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2024년 7월 19일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제도화의 시발점으로 의미 있지만, 법령 시행만으로 모든 리스크를 통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사업자의 자율규제 역량 강화, 실무자 대상 교육 확대, 상시 모니터링 체계 마련, 위반 사업자에 대한 실효적 제재와 정보공개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정부는 가상자산 특성과 산업 구조를 반영한 별도 AML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금융정보분석원, 금융감독원, 코스콤, KISA 등 유관기관 간 정보 공유 및 감독 공조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24년 하반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거래소 영업이익은 약 7415억원으로 상반기 대비 28% 늘었다. 이는 거래량 증가와 신규 투자자 유입에 따른 긍정적인 지표이지만, 산업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건은 여전히 미흡하다. 예를 들어, 보관·지갑 서비스 사업자의 총 수탁고는 전기 대비 89% 급감했고, 실명확인(KYC) 등록 사용자 수도 1300명으로 99% 이상 감소했다. 이는 기술적 보안 문제, 이용자 신뢰 하락, 경쟁력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또 일부 거래소는 여전히 상장 절차의 불투명성, 시세 조작 의혹, 미흡한 고객 응대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가상자산 기업은 단기 수익 중심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정보보안 투자 확대, 시스템 감사 주기화, 경영진의 책임 강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반 정보공시 체계 마련 등 중장기 리스크 관리 전략을 갖춰야 한다. 특히 기업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제한되고, 제도권 금융과의 연계에도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용자 보호 책임 역시 강조되어야 하며, 사고 발생 시 피해자 보호와 보상을 위한 체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