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에도 중견기업 10곳 중 3곳은 작년보다 올해 자금 사정이 더 나빠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 2월 17∼28일 중견기업 748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월 17일부터 28일까지 중견기업 748개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올해 자금 사정이 작년보다 악화했다고 답한 기업은 28.7%였고, 작년과 대동소이하다고 답한 기업은 60.4%였다. 올해 자금 사정이 나아졌다고 답한 기업은 10.9%에 불과했다.
올해 자금 사정 악화 요인으로는 매출 부진(53.0%), 이자 비용 증가(14.0%), 인건비 증가(10.2%) 등을 꼽았다.
특히 올해 자금 사정이 악화했다고 답한 중견기업의 33.0%는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올해 하반기 유동성 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견련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등 글로벌 환경 변화와 지속되는 내수 침체에 따른 업황 부진에 따라 매출 감소를 자금 사정 악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한 기업이 작년보다 10%포인트 넘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금 사정 악화 속에서도 중견기업의 16.7%는 인건비 상승(43.2%), 원·부자재 가격 상승(34.4%), 설비투자 확대(29.6%) 등 요인으로 자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견기업의 자금 조달 경로는 시중은행(53.6%), 정책금융(11.6%), 직접금융(9.8%) 등 순으로 집계됐다.
중견기업들은 정책금융 접근 제약 요인으로 엄격한 지원 요건(28.7%), 정보 부족(21.3%) 등을 꼽았다.
정책금융 활용 중견기업 비중은 제조기업(16.8%)이 비제조 기업(7.7%)보다, 매출 5천억원 이상 기업(24.0%)이 대비 매출 3천억원 미만 기업(8.9%)보다 각각 높아 중견기업 내에서도 업종·매출 규모별로 편차를 보였다.
시중은행을 활용하는 중견기업들은 높은 금리(49.9%)와 까다롭고 복잡한 심사(8.8%), 과도한 담보·보증 요구(8.0%)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견기업의 9.8%는 직접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 중 63.0%는 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호준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중견기업의 자금 사정이 더욱 악화할 우려가 크다"며 "정책금융의 문턱을 낮추고 시중은행의 경직적인 운영 기준을 완화하는 등 중견기업의 자금 조달 애로를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