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갈변하지 않고 오랫동안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는 바나나가 개발돼 판매를 앞두고 있다. 연구자들은 유통 기한을 늘리는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대량 폐기되는 과일 등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디언 등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생명공학회사인 ‘트로픽’은 껍질을 벗긴 후에도 12시간 동안 신선한 노란색을 유지하는 바나나를 개발했다.
바나나는 익을수록 갈색 반점이 생기는 갈변 현상이 발생하면서 상품성이 떨어진다. 이 업체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갈변하지 않고 유통기한이 더 긴 바나나를 개발했다. ‘폴리페놀 산화 효소’의 생성과 관련된 유전자를 비활성화시키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을 통해 바나나의 갈변을 일으키는 효소의 분비를 억제할 수 있었다.
“재배된 바나나 절반 버려져…유전자 편집으로 해결”

이렇게 개발된 바나나는 수확과 운송 과정에서 부딪히더라도 갈색으로 변하는 일이 적다고 한다. 이 업체는 미국과 캐나다, 필리핀 등에서 갈변되지 않는 바나나를 판매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또한 느리게 익는 바나나를 연말까지 출시할 계획이다.
비갈변 바나나는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5% 이상 크게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길라드 거숀 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재배된 바나나의 50%는 먹지 않는다는 추산이 있을 정도로 바나나는 부패율이 매우 높다”며 “유전자 편집을 통해서 바나나 산업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멍 안 드는 사과·감자도 연구
트로픽 내 또 다른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멍이 덜 드는 사과와 감자, 천천히 시드는 상추를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유전자 편집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규모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에 대항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과일이나 채소는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에 수확과 유통 과정에서 많은 양이 폐기 처분된다. 전 세계적으로 수확되는 농산물의 33%가 소비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세인스버리 연구소의 조나단 존스 교수는 “유전학을 사용하면 농업과 식품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 더 빠르고 집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