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3일의 비상계엄은 일본 사회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일본에 많은 것을 양보한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수괴가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경쟁하듯 내란사태에 대한 보도를 연일 쏟아냈다. 하지만 내란이 발생한 지 40여일이 지나면서 관심은 줄어가고 있다. 한국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복원해 가는지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거의 없다. 다만, 일본에 한없이 친절했던 윤석열 정권이 무너지고 반일 정권이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만이 팽배하다. 이렇게 한·일 수교 60주년이 되는 해를 맞이하고 있다.
그 와중에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권력자에게 권력을 더욱 집중시키려는 자들이 있다.
“일본도 긴급사태 조항을 신속히 헌법에 도입해야 한다. 긴급사태 조항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긴급사태 조항이 없다는 것이 더욱 위험하다.”
12·3 비상계엄 직후, 헌법에 긴급사태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2년 보수 자민당이 마련한 개헌안을 보면 긴급사태 조항의 신설이 포함되어 있다. 2018년에는 ‘개헌 4항목’ 중 하나로 명기했다. 긴급사태 조항은 대규모 자연재해, 테러, 내란 등 긴급사태가 발생했을 때 국회의원의 임기를 연장하고 정부의 권한을 강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국의 계엄령과 매우 유사한 개념이다. 일본의 현행 헌법에는 계엄령과 같은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보수정당인 일본유신회 바바 노부유키 전 대표는 “한국에서 일어난 일은 일본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헌법 개정을 통해 긴급사태 조항을 정비해야 한다”며 한국의 내란사태를 “타산지석” 삼아 헌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내란 수괴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가 어떻게 권력을 남용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현행 일본 헌법에서는 한국과 같은 권력 남용은 발생하기 힘들다. 오히려 한국의 계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긴급사태 조항의 신설을 포기하자고 말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편,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긴급사태 조항 신설에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들은 한국 시민의 힘에 주목한다. 그들은 국회에 진입하는 군대에 저항하는 시민의 모습을 보았고, 탄핵을 요구하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광장에 모인 것을 보았다. 그들은 한국이 비상계엄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시민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만약 긴급사태 조항이 남용되었을 때, 이에 저항할 수 있는 ‘시민의 힘’이 일본에는 없다는 것이다. 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시민운동을 연구해온 한 학자는 “일본에서 한국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시민들은 과연 거리로 나와 저항했을까?”라고 자문했다고 했다. 일본 주재 미국인 기자는 “만약 일본에서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일본 시민들은 stay home이라고 외쳤을 것이다”라고 나에게 말했다.
한국의 비상계엄이 권력자들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구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어떻게 권력을 감시하고 저항해야 하는지, 그 경험을 공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