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탈북‧망명 조성길 전 北대사 부부, 일본행 출국하려다 공항서 제지당해

지난달 중순 여행 목적 수속 밟다 적발

관계당국, 부인 여권 회수하고 경위 조사

조 전 대사 측 "단순 관광 차원" 해명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리대사로 근무하다 탈북해 5년 전 한국에 정착한 조성길 씨 부부가 일본으로 출국하려다 관계당국의 제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3일 "조 씨가 지난달 중순 부인과 함께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려다 관계당국 요원들에 의해 공항에서 제지당했다"며 "특히 공안 요원들이 조 씨 부인의 여권을 회수하고 출국 경위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 과정에서 조 씨 부부가 항의를 하는 소동이 있었던 것으로 들었다"며 "이들 부부는 관광 목적으로 일본을 다녀오려 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조 씨 부부는 현재 국가인권위 진정 등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는 대리대사로 일하던 2018년 11월 이탈리아 로마 주재 북한 대사관을 벗어나 탈북‧망명길에 올랐다.

스위스와 프랑스, 동유럽 국가 등을 거쳐 이듬해 7월 한국에 입국한 이들은 신분 노출을 꺼리며 관계당국의 보호 아래 은둔했다.

하지만 부인이 이탈리아에 두고 온 딸이 보고 싶다면서 일부 국내 언론사에 '북한행을 희망한다'는 취지의 글을 보내면서 탈북 및 한국 정착 사실이 드러났다.

조 씨 부부의 근황을 잘 아는 탈북 인사는 "부인이 두고 온 딸 생각에 한때 '북한으로 가겠다'는 심정을 토로한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한국 생활에 적응하려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 전 대사가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일본 관광을 예약하고 출국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경찰 등 당국의 신변경호를 24시간 받고 동선이 실시간 파악되는 상황에서 출국 직전에서야 뒤늦게 제지당하며 논란이 벌어진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