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젬백스의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물질 'GV1001'이 글로벌 임상 2상에서 기대에 못 미친 결과를 내면서 20년 가까이 이어온 연구가 큰 위기를 맞았다. 핵심 지표인 인지기능 개선에서 약물 효과가 위약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5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에도 차질이 전망된다.
Quick Point!
젬백스의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 GV1001 글로벌 임상 2상 결과 기대에 못 미침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위약과 큰 차이 없음
20년 연구와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에 위기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젬백스는 미국과 유럽 등 8개국에서 경증 및 중등증 알츠하이머 환자 199명을 대상으로 52주간 GV1001 임상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두 가지 용량(0.56mg, 1.12mg)과 위약군을 비교했다. 환자들의 기억력과 인지 기능 점수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인 'ADAS-cog11' 점수에서는 0.56mg 투여군이 4.14점, 1.12mg 투여군이 4.31점, 위약군은 4.30점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통계적 의미를 확인하는 P값 역시 각각 0.899와 0.992로, 약물이 실제로 인지 기능 개선 효과를 보였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ADAS-cog11은 알츠하이머 임상에서 약물 효과를 판별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투여 전과 1년 후 점수를 비교해 인지 저하 속도를 늦췄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임상 성공 여부를 가르는 핵심 기준으로 활용된다. 젬백스의 이번 결과는 이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국내 임상 2상에서는 중등증·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당시에는 환자의 중증장애점수(SIB)가 위약군 대비 높게 나타나 긍정적 신호로 해석됐다. 하지만 글로벌 2상에서는 주요 지표에서 기대에 못 미친 결과가 나온 것이다.
GV1001의 2차 평가 지표인 삶의 질(QoL-AD)에서는 일부 긍정적 결과가 나왔다. 1.12mg 투여군은 52주 후 평균 0.69점 개선된 반면, 위약군은 1.22점 악화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다(P=0.0242). 안전성 측면에서도 큰 문제는 없었다. 알츠하이머 항체치료제에서 흔히 나타나는 뇌 영상 이상(ARIA)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고, 중대한 이상반응(SAE)은 전체 환자의 7.1% 수준으로 위약군과 큰 차이가 없었다. 사망 사례는 위약군에서 1건만 보고됐다.
이번 결과는 젬백스가 추진 중인 2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에 불확실성을 불러왔다. 젬백스는 지난 9월 말 신주 670만주를 발행하고 발행가를 3만7100원으로 책정했지만 주가가 발행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증자가 성공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GV1001은 원래 노르웨이 젬백스AS에서 개발되던 물질로 2008년 젬백스가 인수한 후 개발 과정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방향을 바꿨다. 그간 췌장암, 폐암, 간암 등 다양한 적응증으로 임상이 진행됐으나 상업화에는 실패했다.
젬백스 측은 이번 결과를 임상 실패로 규정하기보다는 FDA의 평가 기준에 맞춘 방향 전환의 계기로 해석하고 있다. 2차 평가지표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이 나왔고 안전성에서도 강점을 확인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3상에 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젬백스 관계자는 "이번 임상시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위 그룹 분석, 바이오마커(생체지표) 분석 등을 시행해 향후 후속 3상 임상시험을 위한 준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경염증 및 손상 지표(GFAP, p-Tau181, p-Tau217 등)에서 개선 경향이 나타난 만큼, 3상에서는 이를 결합한 복합 평가 설계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판권사이자 젬백스 계열사인 삼성제약 측에서도 글로벌 임상 3상 추진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삼성제약은 현재 중등도에서 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3상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삼성제약 관계자는 "젬백스가 글로벌 3상 임상시험에 한국을 포함해 임상시험을 진행할 경우, 삼성제약은 경증에서 중등증, 그리고 중등증에서 중증으로 적응증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 임상은 물론 글로벌 3상 데이터에 한국인 환자 데이터가 포함될 경우 품목 허가를 신청할 때 글로벌 데이터를 활용하여 허가 과정 및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데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 2상에서 기대한 효과를 확인하지 못한 것은 신약 개발에서 중요한 경고 신호"라며 "3상에서 결과를 개선할 수 있을지 여부가 GV1001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달 중 젬백스가 기존에 FDA에 신청한 진행성핵상마비(PSP : 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 치료제의 혁신치료제 지정(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 결과도 나올 예정이다. GV1001을 적용한 PSP 치료제의 혁신치료제 지정 승인이 난다면 GV1001 플랫폼의 신뢰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