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이 유심 해킹 사태에도 인공지능(AI) 중심의 리밸런싱(사업 재편) 전략을 유지한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지만 미래 신사업으로 정한 AI 분야에 대한 투자는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고객 이탈로 인한 캐시카우 타격과 위약금 면제 압박에 따른 잠재 손실 등 투자 재원 확보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8일 SK텔레콤은 전날 열린 일일브리핑에서 이번 해킹 사태로 인한 투자계획 변동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김희섭 SK텔레콤 PR센터장은 “현재 AI 분야에 많은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이번 사태로 갑자기 투자 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 보호 조치를 최우선으로 하되 AI 분야 투자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SK텔레콤의 사업 무게추는 상당 부분 AI로 넘어왔다. 오는 2030년 매출 30조원 가운데 AI 비중을 3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지난해까지 AI 분야에 6000억원 이상 투자했다. 작년 AI 관련 매출은 전년대비 19% 증가한 5905억원으로 가시적 성과도 거뒀다.
특히 올해는 AI 피라미드 2.0 전략을 공개하며 AI 수익화 원년으로 삼았다. 핵심은 AI 인프라 슈퍼 하이웨이다. AI 데이터센터(AIDC) 등 인프라를 구축해 기업의 AI 전환(AX) 수요를 충족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울산에 100MW(메가와트)급 하이퍼스케일 AI DC를 구축할 계획이다.
문제는 AI 인프라 신사업 확장 과정에서 발생한 보안사고가 미칠 재무적 영향이다. 해킹 사태 이후 약 26만명의 가입자가 다른 이동통신사로 이탈했다. 신영증권은 가입자 이탈에 따른 연간 실적 감소분을 1500억원으로 추정했다. 임봉호 SK텔레콤 MNO 사업부장도 “일부 가입자 이탈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고 회사에 분명한 임팩트가 있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위약금 면제 리스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SK텔레콤 이용약관을 근거로 해지 위약금을 면제할 것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회사 측은 국회 과방위 의원실에 제출한 입장 자료에 “위약금 면제시 수백만 회선 해지로 수조원의 손실이 추정된다”고 적었다. 중대한 재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재무적 부담이 늘어나게 되면 AI 투자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번 사태로 보안과 네트워크 역량을 높이기 위해 기존 AI 중심 리밸런싱 전략의 구조적 재검토가 요구될 수 있어서다. 당장은 투자 자금 조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비핵심 계열사 3곳을 삼구아이앤씨에 매각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보유하고 있던 카카오 지분 전량을 처분해 약 4000억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SK텔레콤 측은 “AI 미래 성장 사업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 목적”이라고 밝혔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