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저 비행기에 탔어요.” “어머니가 홀로 비행기에 있어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29일 탑승자 가족이 몰려온 무안 국제공항 1층에서는 가족을 애타게 찾는 흐느낌과 울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탑승자 가족 대부분은 오전부터 흘린 눈물로 이미 눈시울이 붉어진 상태였다.
뉴스를 보던 가족들은 “아이고 어제 전화했는데…”. “놀러 간다고 그렇게 좋아하더니…”라고 말을 채 잇지 못하며 눈물만 하염없이 쏟아냈다.
김모(33) 씨는 “언니가 저 비행기에 탔다”며 “그동안 늘 고생만 하다가 이제 형편이 나아져서 놀러 간 건데…”라고 울먹였다.
옆에 있던 김씨의 남편은 “지금 여기 있는 사람 모두 다들 같은 심정이니까 인터뷰는 안 하셨으면 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한 50대 중년 남성은 “이런 일이 어딨냐”며 고성을 지른 채 바닥에 드러눕기도 하고, 자신의 어머니 사고 소식을 들은 한 20대 여성은 눈물조차 흘리지 않고 멍하니 바닥에 주저 앉았다.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한 20대 여성은 “50대인 어머니가 홀로 비행기를 탔다”며 “지난 밤에 다시 한국에 온다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마지막이 되었다”고 오열했다.
사고 발생 4시간째인 오후 1시쯤 소방 당국이 탑승객 가족들을 대상으로 사고 경위와 상황을 설명하기로 하자 100여명이 넘는 인파가 회의실에 몰려들었다.
이정현 전남 무안소방서장이 “여객기 탑승자 181명 중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말을 끝내자마자 순식간에 회의실은 통곡 소리로 가득 찼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가족 중 누군가가 “생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서장은 고개를 숙인 채 “안타깝지만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희박해진 생존 가능성에 딸이 돌아오길 기다렸던 한 여성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가 하면 한 남성은 울분을 토하며 “어떻게…”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당국과 항공사의 뒤늦은 대처에 불만을 드러내는 가족들도 많았다.
탑승객 가족들은 오전부터 생사를 파악하기 위해 사고 현장을 들여보내달라고 요구했으나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구역인 탓에 받아들여지지 않자 항의하기도 했다.
공항공사 쪽은 본부건물 3층 회의실에 ‘유가족 대기실’이라는 문구를 붙여 넣었지만 일부 가족들이 “왜 우리가 유족이냐”며 문구 종이를 찢어버리기도 했다.
이날 사고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무안공항을 찾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실시간으로 상황을 알려달라”, “가족들을 먼저 생각해달라” 등 탑승객 가족들의 요구도 이어졌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가족들의 잇단 항의에 “알겠습니다”는 짧은 답변을 내놓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탑승자 가족들은 조만간 회의를 열어 대표를 선출하고 당국 브리핑과 후속 대처에 대응하기로 했다.
무안공항 사고와 관련해 제주항공 측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유가족에 사과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메이필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로 유명을 달리 하신 탑승객 분들과 유가족들게 깊은 애도와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사고 직후 사고대책본부가 구성되어 현장 대응과 본사 대응을 하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사고 수습과 유가족 지원이 최우선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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