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상공회의소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을 서둘러 줄 것을 요청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차등제 도입 근거는 마련됐지만 이를 둘러싼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소비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도입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서둘러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상의는 16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 챔버라운지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를 초청해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대한상의 회장단은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건의했고 민주당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권향엽 민주당 대변인은 간담회가 끝난 후 브리핑을 열고 “지역에서 기업을 경영할 때 전기요금 문제가 어렵다”면서 “수도권의 전력망 포화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으로 내려간 기업들에 대해 전기요금을 차등화해줘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현재 외부 전문 기관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라 끝나는 대로 같이 상의해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는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과 소비지의 거리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매기는 제도다. 발전소가 가까워 전기를 쉽게 끌어 쓸 수 있는 지역의 전기요금은 깎아주고 서울과 수도권 등 발전소는 없는데 전기를 많이 쓰는 지역은 송전 비용 등을 반영해 요금을 더 내게 하는 방식이다. 전기는 주로 지방에서 생산되고 소비는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져 지역 간 불평등 문제가 발생하고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는 데 필요한 막대한 송전 비용과 송전망이 지나는 지역의 반발, 전기가 저렴한 지역에 생산 시설을 설치해 국토균형발전을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이 추진됐다.
국회는 2023년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의 근거가 될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제정해 지난해 6월부터 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을 어떻게 묶을지’ ‘전기요금을 얼마나 차등할지’에 대한 하위 규정은 미비한 상태다.
차등 요금제는 두 부분에서 진행된다. 하나는 발전소들이 한국전력에 전기를 생산해 판매하는 도매 요금 부분과 실제 전기를 소비하는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적용되는 소매 요금 부분이다. 발전소가 많은 지역이라면 발전소가 공급하는 도매가를 낮추고 수도권 주택이나 공장의 소매 전기요금은 올리는 방식이 유력하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도매 가격을 낮춰야 하는 비수도권 민간 발전소의 반발과 전기료 부담이 올라가는 수도권의 기업과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송전 비용은 수도권이 높지만 배전 비용은 주택과 생산 시설이 밀집한 수도권이 오히려 싸다”며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 계속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여당에 속도를 내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와 함께 지난달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K스틸법과 관련해 저탄소 철강특구를 지원해달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권 대변인은 “포항·광양 등 철강 산업 지역이 탄소 중립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 산업단지를 저탄소 산업을 가속화하기 위한 특구로 지정해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생산세액공제 도입, 재생에너지자립도시특별법 통과 등도 재계의 주요 요구 사항이었다고 권 대변인은 전했다.
한편 지역 발전을 주제로 열린 이번 간담회에서 최 회장은 “지역 발전은 포기할 수 없는 일이기에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고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한 방에 해결책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오늘을 계기로 대화와 논의를 계속한다면 긍정적 방안이 모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도 “지역 소멸, 인구 감소 위기 속에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기업이 어디에서 공장을 짓고 활동하는지는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라며 “균형 발전의 여건을 조성하는 데 함께 머리를 맞댔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