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한 달을 맞은 ‘최상목 체제’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거침없다’는 평가로 요약된다. 사상 초유의 ‘대대행 체제’로 국정 전반 혼란이 불가피했으나 정통 관료 출신다운 노련함과 적극적 행보로 국정은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무적 난제에 대해 ‘여야 줄타기’란 예상 밖의 전술을 펼치면서 여야 모두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7일 최 권한대행은 한덕수 국무총리로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넘겨 받았다. 한 사람이 대통령·국무총리·장관직 모두 수행하는 건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 경제·안보·외교·치안 등 국정 표류 우려가 컸다.
안팎의 걱정을 인지한 듯 그는 ‘국정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놓고 ‘대대행 체제’에 최적화된 형태로 정부 일부 기능을 재조직했다. 본인이 이끄는 ‘국정현안·경제관계 장관회의’를 국가 정책 컨트롤타워로 지위를 격상하고 기재부에는 ‘전담 보좌기구’를 꾸렸다. 통상 국가 정책의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실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만큼 ‘장관 회의체’로 그 기능을 대체하고, 대통령실 참모진이 아닌 본인과 손발을 맞춰온 인사들을 맞춤형 보필 인력으로 기용한 것이다.
인사권 행사에도 나서며 공직 기강도 다잡았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 7일 장관들에게 ‘각 부처 인사 및 공공기관장 인사를 진행하라’는 취지로 주문했고, 이달 31일에는 중단됐던 재외공관장 인사도 단행할 예정이다. 또한 각 부처별 새해 업무보고(주요현안 해법회의)도 진행하며 주요업무 및 추진계획을 차질 없이 챙기라고 요구했다.
이런 적극적 행보에 국정은 점차 안정을 찾고 있으나 정부와 국회 사이의 긴장감은 높아지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파장이 컸던 건 그가 정무적 난제를 푸는 방식이었다. 윤 대통령이 가장 아낀 참모로 알려진 최 권한대행은 초대 경제수석, 기재부 장관으로 등용되는 등 현 정부에서 성공 가도를 달렸다. 이 때문에 야당의 ‘탄핵소추’ 엄포에도 최 권한대행이 대통령실·여당에 보조를 맞추는 선택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 권한대행은 중대 사안에 대해 ‘줄타기 전략’을 펼치며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국회 몫 3인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문제는 2명만 임명하는 절충안을 택했고, 지난 21일 ‘3개 법안’에 거부권을 쓰면서는 야당의 ‘추경 편성’ 요구에 처음으로 ‘논의 가능’이란 입장을 내놓았다. 하나를 가지는 대신 하나를 내주는 방식으로 정국 돌파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략을 국정 안정을 꾀하기 위한 고육지책 성격이 강하지만 최 권한대행의 리더십에 부담 요소로 누적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업무 범위가 ‘현장 유지’를 넘어선다며 “소통령 행세를 한다”며 불만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최 권한대행이 총 6차례의 거부권을 쓴 것에 대해 “국정운영이 매우 비정상적”이라며 “철저하게 내란 소요 세력을 옹호하고 지원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여당과도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국민의힘 소속 송언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최근 실명 입장문을 내고 최 권한대행을 직격했다. 송 위원장은 최 권한대행이 추경 편성을 시사한 일에 대해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한 결과가 아닌지 심각히 우려된다”며 “강력한 유감”이라고 밝혔다.
여당 의원이 정부 주요 인사를 공개 저격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 두 사람이 서울대 법대, 행정고시 동기 관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이례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헌법재판관 2명 임명으로 여권의 스텝이 꼬였다”며 “여권과 충분한 소통을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해 시선이 곱기 어렵다”고 전했다.
최상목 체제의 안정성은 설 직후 다시 한번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최 권한대행은 31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수정된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특검법은 수사 대상에서 외환 유도 등을 빼 5개로 줄였고, 수사 기간과 인원도 축소했다. 하지만 여당은 ‘인지 수사로 수사 범위 무한정 늘어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현재로선 거부권 행사가 유력하다. 특히 26일 검찰이 윤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특검 무용론’이 힘 받게 됐다는 점은 거부권 행사의 부담을 덜어줄 전망이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오판한다면 합당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며 즉각적인 내란 특검법 공포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