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설 연휴 기간 공개적인 외부 일정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내란 특검법 등 각종 현안의 해법을 놓고 ‘숙고의 시간’을 가질 전망이다.
26일 기획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 권한대행은 설 연휴 서울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지난달 27일 권한대행직을 맡은 이후로 4주 넘게 강행군을 이어오면서 피로가 누적된 점을 고려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 연말 발생한 여객기 참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까지 겸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직무대행·경제부총리에 더해 ‘1인 4역’을 맡아왔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보통 공식 행사가 없는 토요일에도 비공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안다”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약 두 달간 사실상 휴일 없이 강행군했다”고 말했다. 통상 현직 대통령은 명절 기간에 정치 지형과 맞물린 정국 구상에 초점을 맞춘다. 최 권한대행은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본래 역할에 무게를 두고 민생·경제 현안을 두루 살핀다는 구상이다.
당장 눈앞의 난제는 추경이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추가 재정 투입에 대해 국회·정부 국정협의회가 조속히 가동되면 함께 논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당초 예산 조기 집행에 방점을 찍었던 정부의 기류가 바뀐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기재부는 곧장 “검토하지 않는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속해서 추경 편성을 압박하고 있는 건 부담이다. 야당은 ‘30조원+α’라는 구체적인 규모까지 내걸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경제성장률 둔화와 심각한 내수 경기를 고려해 어느 정도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 권한대행의 발언이 국회·정부 국정협의회 가동을 전제로 한 만큼 일단 공은 국회로 넘긴 셈이지만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내란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내란 특검법은 지난 18일 정부로 이송돼 2월 2일까지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앞서 최 권한대행은 “여야가 합의해 위헌 요소가 없는 특검법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야당은 여당 요구를 반영했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독소 조항이 여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연휴 내에 여야 합의가 사실상 어렵다고 보면 최 권한대행이 또다시 거부권 행사에 나설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르면 31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결정할 전망이다.
지난주 출범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응책 마련도 최대 현안 중 하나다. 최 권한대행은 미국 신정부와의 협력 강화를 위한 자료를 검토하는 동시에 1기 행정부를 직접 경험한 인사들에게 정책적 조언도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적으로 주목하는 이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결정이다. 한국시간으로 연휴 마지막 날(30일) 새벽 발표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거로 보고 있다. 26일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번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97.9%다.
다만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됐다는 건 취약한 지점이다. 이 때문에 최 권한대행은 FOMC 결과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을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이와 함께 통상 미 FOMC 일정에 맞춰 소집되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관련 메시지를 내놓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