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 많은 ‘씰리침대’, 이번엔 전자파 인증 논란…“안전불감 심각”

2025-01-23

모션침대 예약판매중지…“다만 체험은 지속”

배송 지연 문제도 심각…최대 두 달 가량 늦어져

지난해 6월엔 AS 매트리스 바꿔치기 논란도 도마 위

씰리침대의 소비자 안전 불감증과 늑장 대응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다.

씰리침대는 전자파 인증을 받지 않은 신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와 예약판매에 돌입한 바 있는데, 비판이 지속되자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지난 22일 사전 예약을 중단했다. 논란이 일어난 지 3달 여 만이다.

가구업계에서는 씰리침대의 반복된 잘못된 행보를 우려하고 있다. 라돈 인증 마크 무단 사용·사후관리(AS) 매트리스 바꿔치기 등 숱한 논란을 일으키며 곤욕을 치른 씰리침대가 또 다시 무리한 모션베드(전동침대) 제품 출시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키웠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소비자 신뢰의 추락이 업계 전반으로 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18년 매트리스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된 이후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었던 만큼 한 가구 업체의 반복된 잘못이 업계 전반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씰리침대는 지난 22일부터 모션플렉스 사전 예약 판매를 중지했다. 씰리침대는 기존 예약 고객에게는 전자파 인증을 완료한 제품을 출고하고, 더 이상의 추가 예약은 받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다만 체험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청담 직영점 및 백화점 팝업스토어 등에서 인증이 완료된 기존 모델을 활용해 매트리스 및 프레임에 대한 체험 안내를 진행할 예정이다. 제품 체험에 대한 고객 목소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씰리침대 관계자는 “모션플렉스는 이미 국제 전자파 인증 및 국내는 부품까지 전자파 인증을 마치고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라며 “최근 센서등 기능을 업그레이드 출시하면서 이 부품을 포함해 인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2월 중순에 완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션플렉스는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며 “모션플렉스는 주문 후 생산하는 방식으로 론칭부터 첫 판매 및 출고까지 시일이 걸리는 제품이기 때문에 사전예약 판매 시에도 미리 고객들에게 고지 후 예약이 진행됐다. 배송을 연기한 고객은 첫 고객인 단 1명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씰리침대의 심각한 안전불감증을 지적하고 있다. 대대적으로 론칭하고 판매했던 제품에 대해 내부적으로 인증 절차도 모르고 있었다는 점과 결제를 마친 소비자에 대한 공식 사과 한 마디 없이 예약 판매만 중단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씰리침대는 지난해 11월 27일 출시한 모션베드 ‘모션플렉스’의 전자파 인증을 미완료한 상태서 판매를 단행했다. 모션플렉스는 다음 달 중순 전자파 인증을 받을 예정이지만 소비자 판매 발표 이후 뒤늦게 ‘안전성 검사’가 이루어졌다.

씰리침대 모션베드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침대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이다. 각도 조절을 위해 내부에 모터가 들어간다. 때문에 판매 전 모터 인증, 어댑터 전자파 인증, 무선 리모컨 전자파 인증, 완제품 전자파 인증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신제품 모션플렉스의 경우 모터, 어댑터, 리모컨에 대한 인증은 마쳤지만 완제품 전자파 인증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다. 완제품에 대한 전자파 인증을 마치지 않은 채 홍보와 사전 예약판매가 이뤄졌다. 제품 판매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적합성평가 인증 기준을 위반할 경우 최대 300만원 과태료 혹은 생산·수입·판매 또는 사용을 중지하는 시정명령을 받을 수 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채로 판매를 시작한 것은 소비자 안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지금처럼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모션베드=해로운 것’ 이라는 인식으로 번지면 다른 업체들도 피해를 볼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소비자들은 안전에 대해 민감도가 상당히 높은 데다, 특히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거금을 들여 제품을 구매한 것일텐데, 배송 이슈까지 더해지면 좋아할 소비자는 없을 것”이라며 “3달이나 지나서 대응에 나선 것은 소비자 기만에 가까운 행보”라고 꼬집었다.

제품을 선 구매한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배송지연에 따른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씰리침대는 최근 모션플렉스 핵심 소재에 해당하는 모터에서 문제점을 찾아내, 해외 제조사에 다시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구매자는 배송을 두 달 가량 연기한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모션플렉스 제품 가격은 500~1000만원 사이로 고가 제품에 속한다. 소비자 역시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제품과 브랜드를 신뢰하는 경향이 짙다. 특히 침대의 경우 이사나 결혼 등 특별한 이벤트 시 구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배송이 지연되면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사전예약을 한 소비자들은 빨라도 2월 말이나 돼야 제품을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씰리침대의 재(再)발주와 새 모터가 들어간 제품 인증에 배송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씰리침대의 이런 잘못이 한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6월에는 씰리침대의 최상급 라인 제품 매트리스를 사용하던 중 문제가 발생해 AS를 신청했는데, 수리 완료 후 소비자에게 배송된 제품은 같은 제품의 매장 체험용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침대의 경우 다른 가구와 다르게 인체가 직접적으로 몇 시간 동안 닿는 가구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깨끗하게 인정을 하고, 추가적으로 안심을 하도록 시험이나 점검 등의 절차를 진행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며 “사전 구매를 한 고객들에게도 배송이 지연된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을 하고 사과를 하는게 순서인 듯하다”고 말했다.

이에 씰리침대 관계자는 “제품 출시와 관련해 철저한 프로세스 점검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씰리침대는 1881년 미국 텍사스에서 시작한 매트리스·침구 브랜드다. 현재는 미국 템퍼-씰리인터내셔널그룹 소속이다. 국내 법인은 씰리코리아컴퍼니다. 국내에서는 매출액 기준 2021년 534억원, 2022년 612억원, 2023년 676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72억원, 79억원, 104억원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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