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내가 산 것만 불량인 상황 가리켜 '뽑기 운 나빴다'
현장 관계자, "검수 안 하면 오차 불가피...이게 '뽑기 운'"
구독 서비스 상당수, 구독기간 동안 전 부품 무상수리
'스마트팩토리'도 방안...정확도 높이고 빠른 대응 가능
[녹색경제신문 = 우연주 기자] 구독서비스가 '전 부품 무상수리'를 내세우면서 소비자들의 '뽑기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제조업 특성상 '뽑기' 문제는 늘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 소비자 울린 '뽑기 운'..."산지 얼마나 됐다고 수리비도 내란 말이냐" 울상
뽑기 논란은 하필이면 내가 산 상품이 불량품이었을 경우를 가리킨다.
같은 모델 범위 내에서 단차가 심하거나 고장이 빨리 나는 불량품이 골라졌을 때 "뽑기가 잘못됐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전자제품의 경우 외관으로는 불량이 티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더욱 뽑기 운이 이슈가 된다.
'뽑기 운'이 좋지 않았다는 소비자 리뷰가 유난히 많다면 제품 불량 이슈로 이어진다. 인터넷의 발달로 누구든 '제 것만 불량인가요'라며 글을 게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B2C(소비자 대상) 제조사 중 누구도 피해가지 못했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뽑기 논란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2024년 갤럭시 버즈3 품질 이슈나 미국에서 대규모 집단소송으로 이어진 2023-4년 LG전자 냉장고 아이스메이커 불량 이슈가 그 예다.
애플도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2024년 출시된 아이폰 16 시리즈에서 색빠짐, 터지스크린 무반응 등 현상이 회자됐다.
지금까지는 대다수 기업들이 일부 부품에만 무상수리를 적용했기 때문에 소위 '뽑기를 잘못한' 소비자들은 "사고 돌아서니 고장인데 수리비까지 내라는 말이냐"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 제조업이라면 피할 수 없는 불량품과의 싸움
제조업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같은 뽑기 이슈는 공장식 제조업의 특성에 기인한다.
제조업 현장에 오래 근무한 A씨는 "공장에 '라인'을 까는(설치하는) 것이 제조업의 시작인데, 멀쩡한 제품이 나온다고 할 정도의 낮은 불량률에 도달하기까지 몇 개월이 걸린다. 조금씩 라인을 조정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고 말했다.
공장 라인(생산 라인)이란 제품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가리키는 말로, 흔히 '공장'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길게 이어진 컨베이어 벨트가 그 예다.
라인에는 제품을 만드는 데에 쓰이는 핵심 기기들이 군데군데 위치하는데, 이 기기들의 위치가 조금만 어긋나도 제품 불량으로 이어진다.
A씨는 "사람 또는 기기가 불량품을 인지한 뒤, 금형이나 기기를 세밀하게 조절해줘야 한다. 가만히 두면 오차가 자꾸 생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조업 관계자도 "기계로 다 될 것 같지만 기계에게만 맡겨두면 꼭 조금씩 오차가 생긴다. 그게 흔히 말하는 '뽑기 운'일 것이다. 정밀함이 중요한 제품에서는 검수 작업이 꼭 필요한 이유다"고 말했다.
■ 구독 서비스에 전 부품 무상수리 포함...뽑기 잘못됐어도 수리비 걱정은 덜어
이제 대다수의 구독 서비스가 구독 기간 내내 부품 종류에 상관없이 무상수리를 제공하면서, 뽑기 운이 나빴다고 하더라도 수리비에 대한 염려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뽑기 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는 '스마트팩토리'가 있다.
스마트팩토리는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의미한다. IoT(사물인터넷)과 AI, 로봇 등을 제조 현장에 활용하는 것이다.
스마트팩토리는 인건비 절약·작업 효율화 등의 장점도 있지만 AI나 로봇이 품질 검수를 담당해 정확도를 높이고 대응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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