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서류 송달효력 발생
尹측 탄핵서류 수령거부 시간 끌기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 분석
16일 아닌 19일 발송 서류로 송달 간주
尹측서 하자 다툼 등 땐 ‘불인정’ 포석
법조계 “김용현 수사기록 등 넘어가야
본격적인 재판 진행 가능할 것” 전망
헌법재판소가 ‘수취 거부’ 중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서류가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결정하면서 재판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윤 대통령 측이 시간 끌기 전략을 펴더라도 이에 끌려가지 않고 신속한 심리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헌재는 23일 윤 대통령에게 발송한 서류를 ‘발송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히며 민사소송법(187조)과 형사소송법(61조),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송달 장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대리 송달하는 ‘보충송달’이나 송달 장소에 서류를 두고 가는 ‘유치송달’이 불가능한 경우 발송송달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대법원 판례는 발송송달을 두고 “소송절차의 원활한 진행과 절차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등기우편으로 발송할 수 있고, 이 경우 송달의 효력은 발송한 때가 아니라 소송서류가 송달할 곳에 도달된 때에 발생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번 발송송달 결정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신속한 심리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 측이 일주일 넘게 헌재가 발송한 탄핵 서류를 받아보지 않더라도 재판 진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란 해석이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수취 거부에도) 탄핵심판 절차는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라며 “이미 준비절차 기일을 예정했기 때문에 절차를 철저히 지키겠다는 의사”라고 했다.
앞서 헌재는 사건을 접수한 16일 윤 대통령 측에 접수통지서를 보내고, 17일엔 준비명령 서류를 발송했다. 윤 대통령 측의 수취 거부로 재차 보낸 서류도 수령하지 않자 헌재는 19일 두 서류를 관저와 대통령실에 보내며 이를 발송송달로 간주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발송한 이 서류는 20일 윤 대통령 측에 ‘도달’했다.
헌재가 처음 서류를 보낸 16일이 아닌 19일 발송한 서류를 송달로 간주한 것은 탄핵심판 절차에 대한 시비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탄핵 서류가 20일 송달된 것으로 간주된 이상 윤 대통령의 답변 기한(7일)은 첫 준비기일인 27일이 된다. 헌재로서는 첫 재판 전 윤 대통령에게 답변할 시간을 최대한 부여한 셈인 것이다.
노 변호사는 “어느 날짜를 송달로 간주할지는 헌재가 판단할 수 있음에도 20일을 기준으로 한 것은 최대한 시간을 늦춘 것으로 보인다”며 “(윤 대통령 측에서) 기간이 부족하다거나 송달의 하자를 다툴 경우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윤 대통령 측이 대리인단 구성을 완료하지 않은 점은 여전히 재판 절차가 지연될 수 있는 여지로 남아 있다. 일례로 18일 헌재에서 열린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은 국회 측 대리인의 불참으로 별다른 진전 없이 3분 만에 끝났다.
수사기관의 수사기록이 제때 도착할지도 탄핵심판 속도를 결정할 변수가 될 수 있다. 과거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보면 ‘증거 기타 조사상 참고자료’로 언론보도 외에 검찰의 수사 결과나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이 실렸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서엔 당시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수사를 마무리한 상황이었기에 검찰 수사 결과 브리핑 자료 등이 게재됐고,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서에는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등 국정농단 핵심 관계자들 공소장이 조사자료로 담겼다. 하지만 이번 윤 대통령 탄핵소추는 검·경·공수처의 수사가 갓 출발한 상황에 이뤄졌기 때문에 신문기사 63개가 참고자료의 전부였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계엄 관계자 중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가장 먼저 기소되고, 여기서 나온 수사기록을 검찰이 헌재에 넘겨야 본격적인 재판 진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헌법재판소 헌법연구부장을 지낸 김승대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내란죄 수사·재판은 법리 다툼과 늘어나는 관계자들을 조사하느라 장기화될 수 있겠지만, 위헌·위법성을 가리는 헌재 탄핵심판은 (내란죄) 수사와는 별개의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종민·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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