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는 죽어도 싫다는 MG손보 '총파업'... 흔들리는 김용범

2024-10-15

MG손보 인수 나선 메리츠... 노조는 '극렬 반발'

과거 배당 논란, 30세 이상 직원 명퇴 등에 반감

노조, 메리츠화재 수의계약 참여 '특혜' 의혹 제기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노조로부터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메리츠화재가 고용승계 없이 MG손보를 인수할 것이란 전망이 팽배한 데 따른 반작용이다. 예금보험공사가 주관하는 MG손보 매각이 수의계약으로 전환된 가운데, 메리츠화재는 유력한 인수사로 지목받고 있다. 다만, 인수 방식이 메리츠화재에 너무 유리한 것 아니냐는 ‘특혜시비’도 따라붙고 있는 실정이다.

MG손보 노조측은 금융당국 및 예금보험공사가 메리츠화재와의 ‘밀실야합’을 통해 회사를 넘기려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해당 의혹에 대한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예보와 메리츠화재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메리츠화재는 MG손보와 같은 보험업종인데다, 지주사의 든든한 ‘실탄’도 확보하고 있다. 예보로서도 MG손보가 4차례나 매각이 무산됐던 만큼, 원활한 ‘대주주 교체’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노조는 ‘총파업’을 예고하면서까지 메리츠화재를 거부하고 있다.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노조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재입찰의 유찰 그리고 수의계약 전환 및 입찰에 메리츠화재는 인수의지를 유지했다. 결국 금융당국은 MG손보를 메리츠화재의 품에 떠안기려 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노조 산하 MG손보지부는 1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메리츠화재는 금융당국과의 사전교감을 통해 인수전에 참가한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고용승계를 외면하고 MG손보의 고객 데이터베이스(DB), 우량자산, 공적자금만 취할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과거 전례를 볼 때, 인수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 보듯 뻔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배영진 지부장은 이날 발언에서 메리츠화재의 과거 논란을 하나씩 들추며 ‘인수합병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메리츠화재는 2023년 계리적 가정 조작을 통해 금융지주에 23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지급했다”며 “이는 우리나라 최고재벌그룹 다음 두 번째로 높은 배당금액”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지자 부동산PF 대출로 연 20%가 넘는 고리대금장사와 부정대출을 서슴지 않았다”며 “올해 6월에는 만 30세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등 파렴치한 경영자 놀음을 일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호일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메리츠화재는 성과주의와 반노동으로 유명한 악덕업체”라며 “경영자가 경영을 잘못했고, 정부가 감독을 잘못한 문제를 왜 노동자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윤이 발생하면 기업이 가져가고, 노동자는 실직되면서 그 책임은 다시 사회로 전가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메리츠화재의 인수로 인해 MG손보 노동자가 실직한다면 민주노총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메리츠화재 불매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MG손보 노조가 반발하는 배경에는 ‘자산부채이전(P&A)’이 있다. P&A 방식은 자산 및 부채를 선별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데다, 고용 승계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예보는 해당 방식을 통한 매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MG손보의 1분기말 지급여력비율(K-ICS)은 경과조치 적용 기준으로 52.12% 수준이다. 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최소 8000억원에서 1조원 가량의 자금을 쏟아부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예보가 MG손보에 지원할 공적자금 규모는 4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반면, 메리츠화재가 P&A방식으로 MG손보를 인수할 경우, 인수가격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상대적으로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인 셈이다.

시장점유율에서도 ‘퀀텀점프’를 노릴 수 있게 된다. 올해 6월말 기준 메리츠화재의 자산규모는 약 40조 6000억원, MG손보는 4조원 가량이다. 따라서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할 경우에는 자산규모를 단숨에 45조원까지 불릴 수 있다. 손보업계 3위사인 현대해상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실제로도 메리츠화재는 MG손보 인수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예보가 진행한 수의계약 입찰에는 메리츠화재와 사모펀드인 데일리파트너스 등 단 2곳만 참여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3차 매각에서 갑작스레 등판한 ‘후발주자’임에도 MG손보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가 드러난 대목이다.

수의계약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경매나 입찰 등의 경쟁계약이 아닌 적당한 상대방을 임의로 선택,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절차가 간소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투명성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서도 MG손보 매각에 대한 ‘특혜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10일 열린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메리츠화재는 3차 입찰 당시 서류 미비로 낙찰받지 못했던 회사인데도, 이번 수의계약에선 금융위가 서류 보완을 이유로 기한을 연장해줬다”고 지적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할 경우, 메리츠는 약 1조 원이 넘는 기회이익을 얻게 되지만 예보와 정부는 수천억의 자금 지원과 함께 부실채권을 떠안고, 600여 노동자들은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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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표 기자 yukp@meconomynews.com

원칙이 곧 지름길. 재계·中企·소상공인 정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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