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년 연속 반도체 시장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문가 전망이 나왔다. 일각에서 인공지능(AI)발 반도체 거품론이 제기되지만, 업체들의 AI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분간 훈풍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반도체 대전(SEDEX) 2025’의 주요 세션 중 하나인 ‘반도체 시장 전망 세미나’가 열렸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센터장이 연사로 참여해 메모리·파운드리 시장 동향과 미·중 반도체 산업의 지형 변화를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망을 짚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올해부터 내년, 그리고 내후년까지 3년간 ‘울트라 슈퍼사이클’ 호황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센터장은 지난해 전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6300억 달러(907조원)로 전년 대비 19.6% 늘었고, 올해는 7700억 달러(1108조원)로 22.2%, 내년에는 9100억 달러(1310조원)로 18.4%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1993~1995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하는 것”이라며 “거의 본 적 없는 숫자”라고 말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하는 메모리·로직 분야 성장이 집중될 것으로 봤다. 이 센터장은 반도체 시장에 열기를 불어넣고 있는 오픈AI의 투자 계획이 일부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클라우드 중심의 반도체 시장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며 “HBM에 대한 강한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메모리 반도체는 미국 기업들이 걸려 있어서 트럼프 정부가 크게 제재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중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에 대해 미국이 어떻게 제재를 걸지는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내년 HBM 시장 규모는 500억 달러(72조원)를 돌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존 전망은 내년에 470억 달러(68조원) 수준이었는데 이는 오픈AI를 뺀 숫자”라며 “오픈AI의 자체 가속기가 내년 하반기 출시될 것으로 보여 더 숫자가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오픈AI는 브로드컴과 손잡고 자체 AI 칩과 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엔비디아가 주도하고 있는 AI 가속기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로 합류하겠단 전략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AI 가속기에 HBM을 공급하고 있는 국내 메모리 기업에는 호재로 꼽힌다. 노 센터장은 “전통의 클라우드 업체와 오픈AI가 서로 더 많은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나서고 있다. 상당히 의미 있는 투자라 단기간에 상황이 바뀔 것 같지 않다”며 “패권 경쟁은 최소 2~3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