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美 법원 “AI 학습에 콘텐트 무단 이용, 불법”…한국 소송 결과도 관심

2025-02-13

인공지능(AI) 개발사가 저작물을 무단으로 학습하는 게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미국 법원 판결이 나왔다. 향후 상급 법원 판단에 따라 AI 기업들이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있어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무슨일이야

11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은 톰슨 로이터가 로스 인텔리전스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로스 인텔리전스는 AI 기반 법률 검색엔진 스타트업이다. 톰슨 로이터는 로스 인텔리전스가 자신들의 법률 서비스인 웨스트로우(Westlaw)의 데이터를 동의 없이 AI 학습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로스 인텔리전스는 “헤드노트(법원 판결문에서 핵심적인 법률 원칙과 쟁점을 요약한 문장으로, 웨스트로우의 주요 기능)를 AI 훈련용 데이터로 사용했으므로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공정 이용이란 저작권 보호 콘텐트를 저작권자 허락 없이도 언론보도, 교육 목적 등 특정 조건 하에 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는 원칙이다. 법원은 “로스 인텔리전스가 만든 AI 기반 법률 검색엔진이 웨스트로우와 직접 경쟁하는 서비스이고, 대량의 웨스트로우의 데이터를 변형 없이 학습한 로스 인텔리전스 서비스가 시장에서 직접적인 대체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공정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게 왜 중요해

이 판결은 AI 성능 향상을 위한 데이터 학습과 저작권법 공정 이용 원칙 사이 관계를 다룬 최초의 주요 판례라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AI 모델은 주로 책·기사·웹사이트 등 저작권이 있는 콘텐트를 학습에 사용하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를 피해가기 어렵다. 이 때문에 AI 학습 데이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AI 개발사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운 논리가 ‘공정 이용’이다. 미국 IT 매체 와이어드는 “이번 판결이 다른 사례에도 인용된다면 AI 기업에 매우 불리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원에서 톰슨 로이터가 ‘잠재적 시장’을 개척할 기회를 로스 인텔리전스가 침해했다고 판단한 부분에도 관심이 쏠린다. 톰슨 로이터가 법률 데이터를 활용해 AI 모델을 훈련하거나, AI 기업에 데이터를 판매하는 사업을 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기회를 침해했다는 것.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는 “데이터 판매 등 새로운 시장에 대해 법원이 간접적으로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며 “저작권 시장을 기존 시장의 의미보다 넓게 본거라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로스 인텔리전스 측이 항소해 연방 항소법원에서 공정 이용 여부에 대해 한 번 더 다투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판결에서 다룬 로스 인텔리전스 기술은 비(非) 생성 AI지만, 향후 생성 AI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뉴욕타임스(NYT)는 오픈AI에, 미국의 주요 일간지 8곳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낸 상태다.

한국에 미칠 영향은

국내에서도 지난달 지상파 3사가 네이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네이버가 생성 AI인 하이퍼클로바와 하이퍼클로바X를 학습 시킬 때 방송사 기사를 무단으로 활용했다는 주장이다. 앞으로 이어질 미국 법원 항소심 결과가 국내 판결에도 일정부분 참고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경진 교수는 “2000년대 이후 국내 저작권법 해석은 미국의 영향을 받아 왔기 때문에, 국내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AI 개발에 있어) 저작물에 대한 새로운 보상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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