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리서치 보고서 저작권을 두고 3년 가까이 소송전을 벌였던 한국투자증권과 한빛아이에이홀딩스가 최근 증권 분석 프로그램을 두고도 법정 공방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투자증권과 한빛아이에이의 앞선 소송에서는 법원이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를 저작물로 인정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리서치 보고서 소송에서 패소한 한빛아이에이는 이번엔 증권 분석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으로 반격에 나섰지만, 법원은 다시 한국투자증권의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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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분석·상장사 정보 제공 서비스 ‘에쿼티(EQUIT)’를 운영하는 한빛아이에이가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에서 패소했다. 1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3민사부(재판장 박찬석)는 한빛아이에이가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에서 한빛아이에이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소송에는 동종업계인 에프앤가이드도 피고(한국투자증권)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했다.
한빛아이에이는 한국투자증권의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과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이 자사 증권 분석 프로그램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한빛아이에이는 증권사의 목표 주가를 보여주는 ‘컨센서스 차트’, 상장기업 정보와 주가 관련 지표를 보여주는 ‘디지털 상장 기업 분석’ 등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등록하고 이를 자사 유료 서비스에 활용해왔다.
한국투자증권은 에프앤가이드와 데이터 서비스 이용 계약을 맺고 2015년부터 기업 재무제표 데이터, 상장사 정보 등을 제공받아 HTS와 MTS에 실었다. 홈페이지와 HTS에는 증권사의 투자 의견을 점수화한 데이터·차트도 게재했다.
이에 한빛아이에이는 한국투자증권이 △HTS에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 흐름을 그래프로 표시한 부분 △MTS에 상장사 개요, 재무 정보, 컨센서스 등의 정보를 표시한 부분이 자사의 컨센서스 차트와 디지털 상장 기업 분석 프로그램과 거의 동일하다며, 한국투자증권이 동일·유사한 소스코드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한국투자증권이 HTS 등에 증권사의 투자 의견을 점수화한 차트를 게재한 것도 한빛아이에이가 2021년 11월 어문저작물로 등록한 ‘기업리포트 투자 의견 점수화’를 허락 없이 사용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빛아이에이의 기업리포트 투자 의견 점수화는 증권사가 공표한 리포트를 기반으로 투자 의견을 점수로 환산해 한눈에 투자 의견을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한빛아이에이는 “한국투자증권의 HTS, MTS 운영은 한빛아이에이의 저작재산권(복제권, 배포권,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저작권 침해행위 중단과 HTS·MTS 등의 폐기를 청구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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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한국투자증권 HTS와 MTS 내의 목표주가 차트, 화면 구성, 정보의 종류, 정보 순서 등이 한빛아이에이의 서비스와 동일하지 않다고 봤다. 더불어 한빛아이에이가 주장하는 소스코드 도용은 증거가 없어 인정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한빛아이에이와 한국투자증권이 제공하는 정보가 기업의 공시자료를 기반으로 하기에 내용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짚었다.
어문저작물로 분류된 기업리포트 투자 의견 점수화의 경우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표현 형식’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지만, 투자 의견을 점수로 표현하는 방식은 아이디어에 해당해 그 자체로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한국투자증권 MTS에 있는 투자 의견 차트와 한빛아이에이 서비스의 유사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한빛아이에이 측은 저작권 등록으로는 유사성을 인정받지 못해 2심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프로그램 관련 특허 출원을 신청했는데, 등록 여부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김승환 한빛아이에이홀딩스 대표는 “인공지능(AI) 관련 특허도 있어 등록되면 업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수익성 악화와 소송비용 부담으로 향후 법적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소송 결과에 대해 “법적 분쟁에 관해서는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라고만 전했다.
한편 한빛아이에이는 리서치 보고서 게재·판매 문제로 증권사로부터 무더기 법적 제재를 당한 바 있다.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은 한빛아이에이가 리서치 보고서를 허락 없이 게재 및 유료 제공했다며 가처분 신청을 했는데, 이 중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은 2021년 저작권 침해 금지로 본안 소송까지 나섰다.
리서치 보고서 관련 소송은 모두 증권사의 승리로 끝났다. 한국투자증권은 2023년 9월 대법원에서 일부 승소한 원심이 확정됐고, 현대차증권도 지난 1월 13일 대법원에서 손해배상 등으로 일부 승소했다. 두 판결 모두 완성된 리서치 보고서를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받는 저작물로 인정했다.
한빛아이에이는 무더기 소송 배경에 시장을 독점한 경쟁사인 에프앤가이드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빛아이에이는 2023년 9월 “주요 증권사로부터 리서치 보고서의 저작권을 위임받은 에프앤가이드가 2005년 손해배상 등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고, 모두 무죄를 받았다”라며 “그런데 2020년부터는 같은 내용으로 증권사가 직접 소송을 걸기 시작했다. 자사가 리서치 보고서 게재를 중단하면 이익을 보는 곳이 어딘지 찾다가 에프앤가이드라는 것을 알게 됐다”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김승환 대표는 이번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도 “한국투자증권의 HTS, MTS는 에프앤가이드가 제공한 정보를 기반으로 운영한다”라며 “자사 프로그램과 유사하다고 보고 소송을 제기했다”라고 답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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