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톱 갤러리인 하우저앤워스의 영향력 보여주며
시대정신·공공성 갖춘 마크 브래드포드의 지명도와
주요미술관들이 소장 원하는 작품이란 점이 인기 요인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3일 서울 코엑스에서 VIP 관람객을 대상으로 개막한 '프리즈 서울 2025'의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메이저 갤러리들의 작품 판매소식이 전해지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프리즈(Frieze)서울은 아무래도 미술품을 사고파는 아트페어(미술장터)인만큼 각 화랑들이 들고나온 출품작의 세일 여부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특히 글로벌 아트마켓을 쥐락펴락하는 메가 갤러리들이 출품작의 판매 여부는 늘 초미의 관심사다.

올해도 글로벌 리딩갤러리들은 고가의 작품들을 개막 첫날 앞다퉈 판매완료했다. 프리즈서울이 열리기 전부터 주요 미술관과 슈퍼컬렉터들에게 작품의 이미지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하며 수집을 독려하는 것이 관례인만큼 이들 10억원대 이상의 초고가 블루칩은 사전에 확약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수억, 수십억원대 미술품을 현장에서 곧바로 확정하기란 그 누구라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블루칩 작품을 예약해둔 고객에게는 프리즈서울 VIP 개막이 사전에 낙점해둔 작품을 최종점검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올해 개막 첫날 가장 화제를 모았던 작품은 미국 아티스트 마크 브래드포드(b.1961)의 62억원짜리 평면작품이다. 가로 3.35m의 석점 연작으로 된 이 그림은 무려 62억원에 팔려 큰 화제를 모았다. 3점의 작품이 하나로 연결된 트립틱이기 때문에 이 작품의 판매가를 '올 프리즈서울 최고가'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 63세 작가의 작품이 한 점당 20억원대라는 것은 대단한 것 또한 사실이다. 마크 브래드포드는 현재 미국 미술계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핫한 작가'다. 전세계 여러 미술관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자 할만큼 각광받고 있는 아티스트여서 작품이 나오기가 무섭게 수집가들의 품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세계 정상의 갤러리인 하우저앤워스가 진작에 이 작가를 전속작가로 발탁한 것도 작품판매를 이끈 한 요인이다. 62억원이라는 엄청난 가격대이지만 '하우저앤워스가 개런티하는 작가'라는 점은 컬렉터(또는 기관)를 움직이게 한다. 톱 갤러리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목인 셈이다.
'사회적 추상'운동을 펼치며 파워풀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작업들을 쏟아냄으로써 미술계에 새로운 담론을 만드는 작가라는 점이 하우저앤워스가 그를 전속으로 뽑은 이유다.
마지막으로 62억원이라는 작품가는 석점을 합친 가격이어서 점당 따로 계산하면 각각 20억원대인 것이다. 단독 작품에 비해 석 점이나 되니 당연히 고가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브래드포드의 작품은 회화이긴 하나 작품의 두께가 5.1cm나 되어 거의 부조에 가깝다. 측면까지 작품이 이어지는 매우 무겁고 장엄한 회화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리스 출신으로 미용실을 하던 어머니를 도우며 지내던 작가는 서른한살의 뒤늦은 나이에 캘리포니아예술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대도시 변두리에서 낙후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성적 소수자들, 기층민 등 소외된 이들과 사회 커뮤니티를 직시하며 자신의 작업을 전개하던 마크 브래드포드는 거리에 버려진 각종 포스터와 광고전단, 벽보 등을 모으고 집적하며 작품을 제작 해왔다.
동시대 수많은 사람들의 곡진한 삶이 녹아든 그의 대형 설치미술과 평면및 입체작품은 탄탄하면서도 눈부시게 빛나는 작품이어서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독일 베를린 함부르크반호프미술관에서 열렸던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은 현재 아시아로 순회돼 지난 6월부터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내년 1월 25일까지)
이번에 작가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9월 2일 열린 아티스트 토크에 참석했고, 3일에는 프리즈서울 2025 프리뷰에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딸과 동행해 페어를 둘러보기도 했다.

한편 하우저앤워스는 프리즈서울 2025에서 역시 괄목할만한 판매성과를 거두고 있다. 마크 브래드포드 작품 외에도 조지 콘도의 인물작업과 루이스 부르주아의 종이작업을 각각 16억원과 13억원에 판매했고, 라시드 존슨과 에이버리 싱어의 작품을 각각 10억원, 6억원에 거래했다. 올해 전속작가로 계약을 체결한 이불의 조각은 5억5600만원에, 이불의 회화는 4억1700만원에 판매하는 등 대부분의 출품작을 개막일에 판매완료했다. 프리즈서울 2025는 오는 9월 6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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