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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기버스50’ 기부자 선정 완료

‘한국의 기부자들: The Givers 50’(이하 더기버스50)의 다섯 번째 명단이 16일 공개되면서 올해 더기버스 최종 50인이 모두 선정됐다. 5차 명단에는 김연숙·김임정·로션김·박지민·윤길중·이경렬·이혜나·조복순·최서우·최승주 등이 이름을 올렸다.
‘더기버스50’은 각자의 자리에서 의미 있는 기부를 꾸준히 이어가는 기부자를 조명하는 프로젝트다. 중앙일보 공익섹션 더버터와 비영리단체들이 함께하는 민간 주도 기부문화 확산 캠페인 ‘파이위크(Pie Week)’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최종 50인 명단은 파이위크 공식 홈페이지(pieweek.thebutter.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2025 파이위크’ 캠페인에는 23개 비영리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국제구조위원회, 굿네이버스, 굿피플, 기아대책, 대한사회복지회, 밀알복지재단, 바보의나눔,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사랑의달팽이, 세이브더칠드런, 열매나눔재단, 월드비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유엔난민기구, 초록우산, 컨선월드와이드, 케이와이케이파운데이션, 플랜인터내셔널코리아, 한국컴패션, 한국해비타트, 함께일하는재단, 함께하는사랑밭, 홀트아동복지회(이상 가나다순) 등이다.

“기부하려고 열심히 돈 법니다”
김연숙 기부자
아프리카 현지 봉사에 우연히 동행한 게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김연숙 기부자는 기아대책에서 제공한 이름이 새겨진 조끼를 입고 처음으로 해외 봉사활동에 나섰다. 당시 ‘내가 이 현장에서 쓰임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2018년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필란트로피클럽에 가입했다. 우간다 수자원 개발을 후원한 게 시작이었다. 현지를 다시 찾았을 때, 직접 설치된 우물을 보고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가슴이 벅찼다”고 한다.
김연숙 기부자는 “돈이 있어서 기부하는 게 아니라 기부하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1억원 기부를 약정하고, 이를 납부하기 위해 부지런히 일한다고 설명했다. “기부도 소비처럼 지르고 나면 감당하게 됩니다. 시작을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싶어요.”

암 보험금으로 지은 탄자니아 식수대
김임정 기부자
김임정 기부자는 7년 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남편과 제주로 내려갔다. 도시의 분주함이 사라진 자리를 공부와 봉사로 채웠다. 월요일엔 시각장애인을 위한 낭독 봉사를, 화요일엔 미술사 공부를 하고 수요일엔 수어 수업을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절망을 오래 붙잡는 대신 버킷리스트를 떠올렸다. 아프리카에 학교를 짓는 꿈이었다. 그동안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조금씩 돈을 모아온 참이었다. 암 보험금 2000만원에 가지고 있던 돈을 조금 더 보태 월드비전에 기부했다. 깨끗한 물이 부족했던 탄자니아 레이크야시 지역의 무르스 초등학교에는 새 식수대가 설치됐다.
이후로도 성탄절마다 무르스 초등학교에 필요한 선물을 보낸다. 건강도 나아지고 있다. 김 기부자는 “나누는 순간 행복이 찾아왔다”며 “암 진단을 받은 후 삶이 더 깊고 풍성해졌다”고 말했다.

‘달리기’로 확산하는 선한 영향력
로션김 기부자
“우리가 사는 이 대한민국이 누군가의 헌신으로 지켜진 나라잖아요.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달립니다.”
로션김(가수 션) 기부자는 2020년부터 한국해비타트와 함께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기부 마라톤 진행하고 있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815런’에는 역대 최다인 1만9450명의 러너가 참여했다. 모금액은 총 23억4800만원으로, 독립유공자 후손의 집을 짓는 데 사용된다. 삼일절에는 ‘3.1런’, 현충일에는 ‘6.6걷기대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도 화보 수익금 기부, 국내외 아동 후원,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등 다양한 나눔 활동을 실천해 왔다. 누적 기부액은 약 65억원에 달한다. 지난봄에는 기부금과 사비를 보태 루게릭병 환우들을 위한 요양병원을 직접 개원하기도 했다.

BTS 지민 삼부자(三父子)의 선행의 기록
박지민 기부자
BTS의 멤버 지민은 아버지, 남동생과 함께 초록우산의 고액후원자 모임 그린노블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자립준비청년 지원, 위기가정 아동 지원, 열악한 주거 환경 개선 등 여러 사업에 1억원을 기부하며 2021년 클럽 회원이 됐고, 이듬해 아버지가 초록우산 인재양성 지원사업 후원에 참여하면서 그린노블클럽에 가입했다. 최근에는 남동생이 군 전역 후 합류하면서 가족의 나눔이 이어졌다.
지민의 기부는 부산 지역에서 자립 준비 청년을 위한 지원 사업을 시작으로,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는 가정 등으로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다. 또 음악가로서의 영향력을 나눔과 연결해 팬들과 함께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위기가정 아동들의 눈을 고쳐주다
윤길중 기부자
광주광역시에서 안과를 운영하는 윤길중 원장은 20년 넘게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한 무료 안과 검진과 치료를 이어오고 있다. 구청이나 동주민센터를 통해 대상자를 추천받기도 하고, 직접 지역의 시각장애인 학교나 복지시설을 찾아가기도 한다. 2020년에는 굿네이버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위기가정 아동의 안구 질환 치료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꾸준히 봉사를 이어오던 그는 의료 봉사만으로는 손이 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기부를 시작했다. 윤 원장은 굿네이버스 고액기부자 모임인 ‘더네이버스클럽’ 회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위기가정 아동을 위한 장학금과 생계비를 지원했다. 3년 전 모잠비크 아동 33명과 일대일 결연도 맺었다. “앞으로도 자폐 아동, 교육 기회가 부족한 농어촌 지역 청소년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폭넓은 나눔을 실천하고 싶습니다.”

가족의 이름으로 쌓아온 10년의 나눔
이경렬 기부자
2015년 9월, 첫 딸이 태어났다. 이경렬 기부자는 딸의 인생에 좋은 일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 이름으로 정기후원을 시작했다. 막상 해보니 꽤 뿌듯했다. 아내 이름으로도 후원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후원의 범위와 금액을 조금씩 넓혀갔다. 5년 전에는 함께일하는재단을 통해 새로운 나눔을 시작했다. 결식, 교육 공백 등 저소득층 아동 문제를 부모 일자리 지원으로 해결하려는 재단의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부모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으면 아이들이 제대로 된 돌봄과 교육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현재는 매달 36만원을 가족의 이름으로 기부하고 있다.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조금 증액하는 것이 목표다. “5만원을 기부하면 50만원 어치의 기쁨이 생깁니다. 앞으로 월 100만원까지 기부금을 늘려가고 싶어요.”

주변의 동참으로 완성된 ‘기부 포트폴리오’
이혜나 기부자
자산관리사로 일하는 이혜나 기부자는 2017년부터 매월 5만원씩 밀알복지재단을 통해 장애아동 치료비를 후원해 왔다. 2020년에는 자신이 설립한 자산운용법인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그해 12월 500만원 기부를 시작으로 후원금을 점차 늘렸다. 이듬해에는 1억원 이상을 기부한 고액후원자 모임 ‘밀알복지재단 컴패니언클럽’에 가입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9만 명에 이르는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부 소식을 공유하며 다른 이들의 참여도 이끌고 있다. 직접 쓴 자산관리 서적의 인세 전액을 기부했고,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 시청각장애인 거주 시설 ‘헬렌켈러체험홈’ 개소를 위해 고객들과 함께 약 2000만원을 모아 밀알복지재단에 전달했다. 이 기부자는 “금액보다 중요한 건 마음”이라며 “기부를 통해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고 말했다.

종로 시래기국밥집의 기부 이야기
조복순 기부자
서울 종로5가, 허름한 골목에 자리한 ‘홍천막장시래기국밥’의 하루는 새벽부터 시작된다. 조복순 기부자는 매일같이 시래기를 씻고, 국을 끓이며 손님을 맞이한다. 국밥 한 그릇에 4500원이다. 그가 지금 자리에 가게를 연 건 2017년. 빚을 갚기 위해 기존에 운영하던 가게를 정리하고 남은 400만원으로 다시 시작한 일이다. 그는 “우연히 임대료가 낮은 자리를 구했고 중고로 필요한 물품을 하나씩 장만했다”며 “그해 바보의나눔에 기부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때 영업이 좋지 않아 재단에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렇게 다음날 다시 전화를 걸어 기부를 재개했다.
조복순 기부자는 매년 경찰의날이면 경찰관들에게 무료로 국밥을 대접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도 국밥을 나눈다. 그는 “내가 가진 작은 것에 감사하고, 누군가에게 큰 것을 줄 수 있음에 더 감사하다”고 말했다.

빛을 잃고도 세상을 비추는 나눔의 삶
최서우 기부자
20대 초반 군에 입대한 최서우 기부자는 뇌혈관에 선천적 기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치료를 시작했지만, 반복적인 방사선 치료와 수술 부작용으로 시야는 점점 좁아졌다.
평소 기부에 관심이 많던 최 기부자는 제대 후 다양한 기관에 기부를 시작했다. 2012년부터는 대한사회복지회를 통해 아동 결연 기부를 했다. 건강이 나빠져 경제적 여유가 없을 땐 후원처를 조금 줄이기도 했지만, 아동 후원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명절·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에는 선물금도 수시로 보냈다. “한 아이를 책임지는 거잖아요. 그만둘 수가 없었어요. 제가 덜 먹고 더 아끼면 되죠.”
지지난해에는 건강이 악화해 최종적으로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이듬해 취업에 성공했다. 바로 추가 후원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도와주고 싶어요. 아프지 않고, 밝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죽음학 연구자가 선택한 유산기부
최승주 기부자
죽음을 연구하는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 고려대 문화창의학부 초빙교수이자 죽음학 연구자인 최승주 기부자는 지난 20년간 한국 사회에서 ‘죽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에 매달려왔다. 그가 탐구하는 죽음은 ‘삶을 어떻게 정리하고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자 실천이었다. 최승주 기부자는 기아대책의 유산기부자 모임인 ‘헤리티지클럽’에 가입하면서 재산의 일부를 기부로 약정했다. “이제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다고 생각해요. 생애 전환기에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했고, 그 결론이 기부입니다.”
그는 자녀를 셋 두고 있다. 기부는 아이들에게 남기는 또 다른 방식의 유산이다. “제가 죽음을 공부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연대예요. 결국 사람은 서로 돌보고 연결돼야 생존할 수 있는 존재잖아요. 아이들에게도 그런 가치를 물려주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