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의 경기 변동에 따른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향후 ‘관세전쟁’ 확산에 따라 쉽게 휘청거릴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중국보다 미국의 영향력이 커져 향후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주요국 경기 영향(수요 충격)’ 등에 따른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변화를 분석한 ‘글로벌 전망모형 재구축 결과’ 보고서를 1일 발표했다.

한은은 최신 연구 동향을 반영해 세계 전망모형을 다시 만들고 대외충격에 대한 한국 ‘GDP갭’을 분석했다. 실질 GDP와 잠재 GDP의 차이인 GDP갭은 양(+)의 방향으로 갈수록 경기가 좋다는 의미다. 새 모형에는 한국·미국·중국·유로지역·일본 등 5개 경제권뿐 아니라 신흥 아시아 경제권도 포함됐다.
분석 결과 미국과 중국에서 일시적으로 재화나 서비스 수요가 급격히 올라갔을 때(수요 충격) 국가별 첫 4개 분기 평균 GDP갭 반응을 보면, 한국의 수치가 가장 높았다. 미국 수요 충격에 대한 한국 GDP갭은 0.10%가량이었으나 신흥 아시아·유로지역·일본은 0.04%가량, 중국은 0.02%가량에 그쳤다. 중국 경기가 호황으로 일시적으로 재화·서비스 수요가 늘었을 때 영향도 일본·신흥 아시아 등 주변국보다 한국이 2배 이상 높았다.
한국 GDP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다. 이 중 미국과 중국의 수요 충격 영향을 비교해보면 충격 발생 후 약 4개 분기까지는 두 충격이 국내 GDP에 미치는 영향이 비슷했지만 5개 분기 이후에는 미국 영향이 더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수요 충격 영향은 2010년보다 2023년에 다소 강화된 반면, 중국 영향은 다소 약화됐다. 한은은 “2010년대 후반 들어 글로벌 교역분절화 움직임, 미·중 무역갈등 등의 영향으로 중국의 우리 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다소 줄어든 반면 대미 수출은 더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혁진 한은 금융모형팀 조사역은 “향후 미·중 무역분쟁 심화 또는 양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잠재적 영향에 한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노출돼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수출 시장 다변화, 미 달러화의 향방과 미국 금융 여건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