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이 예정돼 있다. 유전·환경·생활습관 등에 따라 죽음의 시기가 저마다 다르고 의학 발전으로 수명도 늘고 있지만, 죽음 자체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다. 신체·정신 건강을 관리하며 삶의 질을 오래 유지하는 ‘저속 노화’와 ‘100세 시대’가 인류의 꿈이 됐다.
가진 게 많으면 내려놓는 게 쉽지 않다. 권력과 부귀영화를 다 누리는 철권 통치자들은 오죽 더할까. 기원전 3세기 중국을 처음 통일한 진나라 시황제의 “불로초를 찾으라”는 특명에, 신하들은 한반도 남쪽까지 내려와 불로초를 뒤졌다고 한다. 하지만 49세에 사망해 불로장생은 이룰 수 없었다. 김일성 북한 주석도 120세까지 무병장수하겠다며 ‘만수무강연구소’를 세웠지만 1994년 82세로 생이 끝났다. 당시 기준엔 장수한 편이지만, 북한 주민들에겐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영생탑의 문구로만 남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행사 도중 통역을 통해 주고받은 대화가 TV에 흘러나왔다. 시 주석은 “요즘 70대면 아직 젊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생명공학 발전으로 인간 장기를 지속적으로 이식할 수 있다면 불사의 존재가 될 수 있다”고 하자, 시 주석은 “금세기 안에 인류가 150세까지 살 수 있을 거란 예측도 있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만 72세 동갑이다. 시 주석은 집권 12년, 푸틴 대통령은 집권 25년 됐다. 두 사람 다 헌법을 개정해 시 주석은 종신집권, 푸틴 대통령은 2036년까지 집권의 길도 열어둔 상태다. 현재 지명된 후계자도, 유력한 경쟁자도 없다. 이들에겐 건강이 장기 집권의 최대 관건인 셈이다. 생물학적 생명이 곧 권력의 생명이 되는 것이다. 3대 세습으로 집권 14년 차인 김정은 국무위원장(41)은 두 사람의 ‘장수’ ‘불멸’ 대화에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전 세계 과학자들이 수명 연장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만병통치약은 나오지 않았다. 불로장수약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제 아무리 독재자가 발버둥을 쳐도 권력 역시 유한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