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비정규직 원한다는 ‘거짓말’ [양종곤의 노동 뒤집기]

2025-03-29

“저는 인턴, 비정규직 다 없애야 된다고 생각해요.기업은 무조건 처음부터, 제대로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본인은 원할 때 그만둘 수 있어야 해요. 이대로면 니트(일하지 않고 교육을 받지 않는) 청년 계속 나와요. (최근 채용공고 보면,) 퇴직금 안 주려고 1년 안 채우고 8개월, 9개월이 많아요. 청년들이 원해서, 얽매이고 싶지 않고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 비정규직을 선택한다는 말은 프레임이 씌워진 거죠.” (대학원 졸업 후 청년센터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25세 여성.)

“기업이 정규직을 많이 뽑았으면 좋겠어요. 장애인들 고용하면 혜택주듯이 비정규직과 계약직 비율을 줄인 기업에 정부가 세제 혜택 주면 어떨까요.”(대학에서 전공한 디자인 업무를 하고 있는 26세 여성.)

작년 12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행한 ‘청년고용 사각지대 연구’에 실린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다. 이 보고서는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집필진이 청년들을 직접 만나 귀를 기울였다. 이 보고서를 주목한 이유는 ‘청년이 이제 시간제 근로자(비정규직 형태 중 하나)를 원한다’는 평가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는 아직 청년이비정규직을 원한다고 보기 어려운 게 맞다. 매년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나는 이유도 청년 보다 60세 이상 고령 여성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특히 비정규직은 스스로 선택하기에는 일자리 처우가 여전히 열악하다. 노동연구원의 노동리뷰 2월호에 실린 ‘2024년 비정규직 노동시장의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신규 시간제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1만1422원이다. 하지만 이들 중 50%가 최저임금 미만의 시간당 임금을 받았다. 신규란 근속 기간이 1년 미만인 취업자다. 신규 시간제 비정규직의 최저임금 미만율 50%는 신규 전일제 비정규직의 최저임금 미만율 15.5%와 비교하면 3배가 넘는다.

하지만 ‘계층이동 사다리’는 끊어진 지 오래다. 최근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청년층(25∼34세) 비정규직 가운데 3년 후 정규직으로 로 일하는 경우는 약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2005년 약 50%였지만, 2010년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청년층 근로자가 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하다가 300인 이상 사업체로 이동하는 비율도 하락했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중소기업 일자리는 253만개 늘었지만, 대기업 일자리는 10분의 1도 안되는 29만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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