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공휴일, 내수 효과 '가우뚱'…돈은 일본∙베트남에서 썼다

2025-03-10

내수를 살리겠다며 정부가 임시공휴일을 지정한 1월, 공교롭게도 해외 관광객은 역대 최고 기록을 깼다. ‘휴가가 길어지면 해외 나가는 사람만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정작 내수 부양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내국인 출국자 수는 297만5191명으로 2024년 1월보다 7.3% 증가했다. 직전 최대치였던 2019년 1월(293만219명)을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완전히 회복했다는 의미다. 국가별로는 일본으로 출국한 사람이 93만5815명으로 가장 많았다. 베트남이 44만1189명으로 뒤를 이었다. 두 나라로 떠난 관광객만 합해도 1월 국내로 들어온 전체 외국인 관광객(117만명)보다 많다.

2024년 일본을 찾은 관광객은 역대 최대로 많았다. 엔화 대비 원화값이 800원대까지 상승하며 여행 수요를 부추긴 탓이다. 올해는 연초부터 방향을 틀어 현재 980원대까지 하락했다. 그런데도 1월 일본 관광객은 지난해 1월보다 11.9%나 늘었다. 환율만 놓고 보면 좋은 환경이 아닌데도 여행은 더 많이 떠났다는 뜻이다.

1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최장 9일간의 황금연휴가 만들어진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명절이라 망설였던 사람들도 연휴를 둘로 쪼개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올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일본이나 동남아는 이전에 다녀온 경우가 많고, 여행 준비도 간단하기 때문에 수요가 급증한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설 연휴 중간 임시공휴일 지정이란 카드를 꺼낸 건 소비∙관광 등 내수 진작 효과를 기대해서다. 그러나 카드 매출이 보여주는 결과도 사뭇 다르다. BC카드의 1월 하루 평균 카드 매출액을 100(개인카드 기준)으로 봤을 때 1월 27일 국내 매출액은 98.0으로 줄었다. 반면 해외 매출액은 103.4로 늘었다. 평소보다 국내에선 덜 쓰고, 해외에선 더 썼다는 의미다.

비슷한 근거는 또 있다. 통계청의 속보성 통계지표인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설 연휴 주간인 1월 25~31일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전주 대비 34% 감소했다. 명절 전후 소비는 연휴 전에 몰리는 경향이 있지만 이전 명절과 비교해도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긴 연휴에 국내 관광이 늘면서 숙박 서비스 이용금액이 전주보다 41.8% 늘긴 했으나, 음식 및 음료 서비스나 의류 및 신발 등 다른 소비 부문은 변화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부진했던 내수 흐름은 다른 통계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재화소비의 정도를 보여주는 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줄었다. 의복 등 준내구재(-2.6%), 화장품 등 비내구재(-0.5%) 등의 판매 감소가 원인이다. 12월 반짝 상승했지만, 다시 흐름이 꺾였다. 소매판매는 10월 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연휴를 만들었던 지난해 10월에도 0.7% 감소했다.

1월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 등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0.8% 줄었고, 1월 온라인쇼핑액 역시 4.4%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내수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온라인쇼핑액은 소비 활력을 따져볼 수 있는 지표다. 전반적으로 관광을 제외하면 뚜렷한 내수 반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정부 역시 “효과가 있다, 없다 단언할 단계는 아니지만 면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기획재정부 관계자)며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돈 아껴서 해외여행 간다’는 속설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는 또 있다. 지난해 내국인의 국외 소비지출은 30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6% 증가했다. 팬데믹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해가는 흐름이다. 같은 기간 국내 소비지출은 0.7% 증가에 그쳤다. 금액으로 보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전체 소비지출의 98%를 차지하는 국내 지출이 7조3000억원 증가하는 동안 2%에도 못 미치는 국외 지출은 5조7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외 소비 역시 국내총생산(GDP) 상 민간소비로 잡히는데 지난해 미약하게 관측된 소비 회복세도 국외 소비 증가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도 (임시공휴일 지정) 수요가 잦을 텐데 이참에 정확한 경제 효과를 따져보고, 정책 활용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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