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뉴스’ 변성현 “은은하게 돌아 있는 영화 만들고 싶었죠”

2025-10-28

“은은하게 돌아있자. 좀 이상한 영화를 만들어보자.”

변성현 감독(45)이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를 만들 때 중심에 둔 말이다. 영화가 소재 삼은 1970년 일본항공(JAL) 요도호 공중 납치사건은 2025년의 관객이 보기에 이미 희한하다. 일본 극좌 공산주의 단체 ‘적군파’는 이념의 실현을 위해 비행기를 납치하면서까지 북한으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현재의 북한을 아는 관객들이 이들의 행동 동기를 이제 와 이해하기는 어렵다.

당시 여객기는 “평양까지 갈 기름이 부족하다”는 기장의 기지로 일본 후쿠오카 공항에 잠시 착륙하지만, 적군파를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승무원 7명 등 129명을 태운 비행기가 꼼짝없이 평양으로 날아가게 될 판에 한국에서는 <트루먼쇼>같은 작전이 벌어졌다. 교신으로 서울을 ‘평양’이라고 속여 이 비행기를 김포공항에 착륙시키자는 계획이다.

변 감독은 이 요란한 극적 실화를 자기만의 블랙 코미디로 풀어냈다. 100여 명의 목숨이 위협받는 위급 상황이지만, 한국·일본·미국 당국자들은 자신의 책임소재를 줄이기 급급하다.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음. 다만, 모든 등장인물과 상황은 상상에 의한 허구임.’ <굿뉴스>를 틀자마자 보이는 첫 안내 문구가 경쾌한 반말처럼 들리는 건, 권력의 무능을 들추는 영화가 지닌 해학의 에너지 때문일 테다.

또한 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2017)과 <길복순>(2023)에서 선보인 만화적 연출의 정수를 보여준다. 버튼 ‘클릭’ 한 번으로 여객기의 교신 주파수를 낚아채야 하는 한국의 관제사 서고명(홍경)과 북한 관제사(박해수)의 대결은 총알 한 발로 승부를 가르는 서부극의 한 장면으로 전환된다. 독재 정권 아래 갑자기 큰 책무를 맡은 고명이 상상한 과장된 미래(‘성공하면 영광, 거역·실패하면 고문’)도 플래시백으로 빠르게 제시된다. 분명 연출이 과한데 부담스럽지 않고, 되려 세련되게까지 보이는 것은 감독이 부리는 마법이다.

“그 어느 때보다 콘티 작업에 신경 썼어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변 감독이 말했다. 원래도 콘티를 꼼꼼히 구상하기로 유명한 그이다. <굿뉴스>가 달랐던 점은 작업 순서다. 이전에는 변 감독이 1차로 작업한 콘티를 촬영감독이 촬영에 적합하게 수정했었다면, 이번에는 변 감독이 후반에 들어갔다. “(촬영 기술에 구애받지 않고) 상상할 수 있길 바랐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굿뉴스>의 매 장면은 화각, 연출, 이야기 구조 측면에서 내내 참신하다.

그가 이토록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굿뉴스>가 ‘요도호 납치 사건’을 단순 재현하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진실은 때론 달의 뒷면에 있다. 그렇다고 앞면이 거짓은 아니다.’ 영화 내내 등장하는 이 명언이 먼저였다. “믿었던 것이 거짓일 때가 있고, 진실도 때론 떨떠름하다는 생각을 하던 때”였다. “권위 있어 보이는 명언조차도 거짓말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고, 요도호 납치 사건은 그에 적격이라 생각했죠. 일단 (김포를 평양으로) 속이려고 하는 얘기니까요.”

상상의 세계에서 변 감독은 직위도 이름도 없지만, 권력의 더러운 일을 뒤에서 도맡는 해결사 ‘아무개’(설경구)를 만들어냈다. 작전을 지휘하는 그는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며 상황을 관객에게 설명하듯 말하는 등 ‘제 4의 벽’을 넘나든다. 변 감독은 “관객들이 극에 몰입하기보다 거리감을 두고 상황을 지켜봤으면 했다. 그래서 아무개는 저 본인이기도 한데, 계속 관객에게 말을 걸면서 (몰입을 깨려 했다)”고 말했다.

변 감독은 하고 싶던 말을 “가볍게, 은유적으로” 전달한 것이 흡족하다고 했다. 그는 “진중한 톤이었던 <킹메이커>(2022) 때는 하고 싶은 말을 너무 관객한테 강요했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그 실수를 만회한 것 같아 작가로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굿뉴스>는 넷플릭스에서 “올해 최고의 넷플릭스 실사 영화”라는 찬사를 받으며 순항하고 있다. ‘극장에서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도 있다’는 말에, 변 감독은 “저도 이 영화는 극장에서 보고 싶지만, 이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 저와 적극적으로 뜻이 잘 맞았던 게 넷플릭스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랑 손뼉이 잘 맞는다면 극장이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건 가리지 않고 재미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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