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딱 벗은 남자와 3번의 만남…그때 알았다, 누드비치 참뜻

2024-10-22

“혼자 걷는 게 좋은 것은 걷는 기쁨을 내 다리하고 오붓하게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 박완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p.13

소설가 박완서(1931~2011)는 생전 혼자 산길 걷는 것을 즐겼습니다. “가고 싶은 데 데려다주고 마치 나무의 뿌리처럼 땅과 연결시켜 주는” 다리에 감사해 하면서요.

여러분은 혼자 걷는 걸 좋아하시나요? 아니면 여럿이 함께 걷는 걸 좋아하시나요?

27만평의 ‘걷기 천국’… 밴쿠버 ‘퍼시픽 스피릿 공원’

저는 혼자 걷는 걸 좋아합니다. 박완서 작가 얘기처럼, 오롯이 제 몸과 마음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죠. 계기가 있었습니다.

10여 년 전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에서 1년간 연수를 했습니다. 당시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와이프 휴직 처리가 늦어져 연수 초반 ‘독박 육아’를 했습니다. 그래서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대신 아이가 학교 간 사이 UBC 캠퍼스 인근 공원을 자주 걸었습니다.

밴쿠버는 위도(북위 49도)가 만주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서안해양성 기후라 한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여름에는 건조하고 겨울에는 눈 대신 비가 많이 옵니다. 덕분에 나무가 쑥쑥 자라죠.

UBC 캠퍼스도 ‘퍼시픽 스피릿 공원(Pacific Spirit Regional Park)’이란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넓이 90만m²(약 27만 평)의 이 공원에는 총 33개 걷기 코스(총연장 75㎞)가 있는데, 저는 집에서 가까운 곳부터 하나씩 ‘도장 깨기’를 했습니다.

서울에서 콘크리트 빌딩 숲만 걷다가 나무 빽빽한 ‘진짜 숲’을 걸어 보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밴쿠버 숲에서 만난 ‘코모레비(木漏れ日)’… 그땐 몰랐던 것들

우선 복잡했던 머릿속이 깨끗이 비워졌습니다. 외국 생활의 스트레스와 ‘독박 육아’의 고달픔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죠.

“내가 최우선으로 꼽는 걷기의 매력은 머릿속의 소란함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걷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나 자신과 조용한 대화를 하며 천천히 심사숙고할 자유를 준다.” - 셰인 오마라, 『걷기의 세계』, p.191

비워진 머릿속에는 다른 것들이 차올랐습니다.

혹 지난 7월 개봉한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보셨나요? 일본 도쿄의 화장실 청소부인 주인공은 일하는 틈틈이 ‘코모레비(木漏れ日,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 사진을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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