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소송' 7월 항소심 선고…1심 판결 뒤집고 "암·흡연 관계" 인정될까

2025-05-22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담배 소송’이 소송 제기 11년 만에 반환점을 돌았다. ‘담배 소송’은 이르면 오는 7월 항소심 결론을 앞두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6-1부(재판장 박해빈)는 22일 건보공단이 국내 담배회사 3사(KT&G·한국필립모리스·BAT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533억원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최종 변론을 열었다. 이날 양측은 각자의 쟁점을 정리해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섰다.

“흡연이 폐암 원인” vs “흡연만 원인 아냐”

‘담배 소송’의 핵심 쟁점은 흡연이 폐암을 일으키는 유일한 원인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개별 환자들에 대한 적용은 어렵다고 봤다. 흡연 외에도 생활습관 및 가족력, 직업적 특성, 대기오염 등 다양한 요인이 폐암의 원인이 되는 점, 비흡연자 중에도 폐암 환자가 발생하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1심에서 패소한 공단은 이날 PT에서 암-흡연의 인과성 입증에 주력했다. 공단 측은 ▶건강보험연구원과 연세대 보건대학원이 건강검진 수검자 13만6965명을 추적한 결과 ▶가족력·직업력 등 위험요인이 없는 담배중독자 6명 심층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분석 대상 폐암환자 6명 중 한 명인 최모(85)씨가 방청석에서 일어나 인사하기도 했다.

이날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약 20분간 직접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섰다. 정 이사장은 “질병청 자료에 따르면 연간 국민 6만명이 흡연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다. 1년에 대형 여객기 120대가 추락하는 것”이라며 “중장기적 인구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가는 책임지고 미래세대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 앞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도 정 이사장은 “호흡기 내과 전문의로서 평생 담배를 피워 병이 나는 환자에게 담배 피우지 말라고 이야기하며 살아왔다”며 “수술을 앞두고도 병원 복도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장면들을 수도 없이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담배회사들을 향해 “담배를 안 피웠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중독을 시켜 놓고 무슨 궤변인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KT&G 측은 “흡연을 중단하고 다시 재개하는 건 흡연자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력에 따른 것이지, 약물 효과에 의한 건 아니라는 게 계속된 법원과 헌재의 판단”이라며 “흡연의 위험성을 많이 알리면서 금연을 권유하고, 금연한 사람을 인정하는 사회운동을 왜 하겠나. 가능하니까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흡연과 폐암 사이의 역학적 상관관계가 높다는 건 다투지 않는다”며 역학적 상관관계만으로 개별적 인과관계가 그대로 인정되는 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 및 1심 판단이 맞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은 6~8주 뒤로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

2014년 시작된 소송…1심서는 공단 패소

이번 사건은 공공기관이 제기한 국내 첫 담배 소송으로 2014년 4월 시작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소송가 533억원은 30년 이상 20갑년(1년간 하루에 한 갑씩 피울 때의 소비량) 흡연 후 폐암·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게 공단이 10년간(2003~2012년) 지급한 진료비다.

재판의 쟁점은 ▶흡연과 폐암 발병 간의 인과관계 ▶담배회사가 담배의 중독성을 은폐·축소했는지 ▶담배회사의 담배 설계상·표시상의 결함이 있는지 ▶또 담배 소비자가 아닌 건보공단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다.

1심에서는 공단이 패소했다. 재판부는 6년이 넘는 심리 끝에 2020년 11월 폐암 등 질병과 흡연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또 “흡연이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사회 전반에 널리 인식되고 있었다”며 “흡연 여부는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또, 건보공단이 보험급여를 과도하게 지급했다 하더라도 이는 건보공단의 역할에 따른 것일 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볼 수는 없다고 봤다.

1999년 ‘1호 담배 소송’서는 15년 만에 원고 패소

앞서 국내에서 개인이 제기한 담배소송은 모두 원고 패소로 마무리됐다. 때문에 이번 항소심에서 건보공단이 1심 결론을 뒤집을 수 있을지가 주목받고 있다. ‘1호 담배 소송’은 40년 가까이 담배를 피우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50대 외항선원이 1999년 9월 KT&G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같은 해 12월 폐암환자 유족 등 31명도 소송을 제기했고, 같은 재판부에서 심리가 진행됐다.

1호 사건은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15년이 걸렸다. 1·2심에서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고, 2014년 4월 대법원 역시 같은 결론을 냈다. 대법원은 흡연과 특정 암 발병 사이의 역학적 인과관계는 인정될 수 있지만, 이 사건에 참여한 원고들에 개별적 인과관계가 인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이때 대법원 선고는 건보공단이 제기한 사건 1심 선고에서 인용됐다.

반면 미국·캐나다에선 주(州) 정부, 흡연 피해자 등이 원고 승소한 사례가 있다. 2009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폐암환자 유족들이 필립모리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7950만 달러의 징벌적 배상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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