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교차로는 신호교차로에 비해 대기시간이 짧고 비신호교차로에 비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데, 교통량이 너무 많지 않은 1~2차로의 교차로에 효과적이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신호교차로나 비신호교차로를 회전교차로로 전환한 뒤 통행시간이 평균 27%, 사고건수는 연평균 44% 감소했는데 특히 사망사고가 반으로 줄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대 도입된 후 전국에 2500개 이상 설치되어 회전교차로에서의 사고도 2022년 1402건으로 10년 전에 비해 약 2배로 증가했다. 회전교차로가 4배가량으로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사망사고 수는 76%나 줄어든 셈이다.
회전교차로는 느는데 통행방법을 모르는 운전자가 많아 외려 지체를 유발하거나 위험 상황이 생기곤 한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회전교차로에선 원형 섬을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통과하는데 교차로 진입 차량은 좌측에서 이미 회전 중인 차량에 양보해야 한다. 회전교차로 진입 때는 왼쪽 방향지시기를, 진출할 때는 오른쪽 방향지시기를 켜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회전 중인 차량이 있는데도 진입차량이 양보하지 않거나 회전차량이 진입차량에 양보하기 위해 교차로 안에서 정지해 추돌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대다수 운전자가 진출입 시 방향지시기를 켜지 않아 회전교차로에 접근하는 차량이 회전 중인 차량의 진행방향을 짐작하기 어려워 안전을 저해하고 효율을 떨어뜨린다. 이 때문에 회전교차로가 더 위험하다는 비판도 종종 보도된다. 정부와 관계기관들이 회전교차로 통행방법을 홍보하고 있지만 운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전교차로의 원조 격인 영국에선 하이웨이 코드(Highway Code)에 회전교차로 통행방법을 잘 설명하고 있다. 교차로 진입 시 3시나 9시 방향으로 회전할 때는 해당 방향의 방향지시등을 켜고, 12시 방향으로 진행할 때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으며 진출 전에만 켜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진입 시 진행방향과 관계없이 왼쪽 방향지시기를 켜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불합리하다. 회전교차로 진입 시 3시 방향은 오른쪽, 9시 방향은 왼쪽 방향지시기를 켜고, 12시 방향은 켜지 않도록 바꿔야 조작도 직관적이고, 주위 차량들에게 진행방향을 명확하게 알릴 수 있다.
운전면허시험제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운전면허 학과시험과 도로주행시험에선 회전교차로 통행방법 숙지 여부를 필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부터 학과시험에서 회전교차로 통행방법을 묻는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 그러나 도로주행시험의 경우 일부 시험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시험코스에 회전교차로가 포함돼 있지 않다. 도로주행시험에서도 방향지시기 조작을 비롯한 통행방법을 필수내용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도로주행시험을 위한 도로기준과 시험항목·채점기준이 명시돼 있는데, 여기에 회전교차로도 추가되도록 한다면 면허취득 단계에서 숙지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운전자들에 대해서는 적성검사 시 간단한 테스트를 시행하면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다. 적성검사는 통상 10년 주기로 하는데 최근 사진과 건강검진 내역만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되도록 편리해졌다.
적성검사 시 약간의 학습과정을 거치게 하면 교통안전을 높일 수 있다. 회전교차로뿐만 아니라 혼동하기 쉽거나 강화되는 단속기준과 관련된 내용을 반복풀이 후 통과하게 한다면 기존 운전자들도 빠르게 통행방법을 숙지할 수 있다. 적성검사 강화에 따른 비용과 불편이 예상되지만 교통안전을 증진하기 위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