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계 2분기 실적 '경고등'···탈정유 가속화

2024-06-27

국내 정유업계가 정제마진 하락 등 요인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자,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정유 사업이 아닌 새 먹거리를 통해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히 업황 부진으로 인해 정유업계의 2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끼면서, 탈정유 사업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업계와 증권가 등에 따르면 6월 셋째 주 평균 복합정제마진은 8.0 달러로 평가됐다. 연중 최저를 기록했던 지난달 5.4 달러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 개선됐지만, 올 초 연중 최고점을 찍었던 15.1 달러에 비하면 여전히 절반 수준에 그친다.

정제마진 하락세 이유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한 영향이 크다. 유가가 높게 형성되면 그에 따른 소비자 부담도 높아지면서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원료비를 뺀 가격을 말한다. 정제마진이 높을수록 정유사의 이윤이 많이 남는다는 의미다. 통상 배럴당 4~5달러 이상을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으로 평가한다. 앞서 1분기, 정유 4사는 정제마진 강세로 높은 수익성을 확보한 바 있다.

시황 악화에 국내 정유업계는 본원 사업인 정유에서 벗어난 '탈정유'로 방향을 틀며 신사업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통상 정유업계 수익성은 유가·정제마진 등락에 따라 좌지우지되는데, 이같은 불안정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정유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새 먹거리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대표적으로 에쓰오일은 석유 화학 사업에 눈을 돌렸다. 현재 석유화학 설비 공사인 '샤힌 프로젝트' 추진에 힘주고 있다. 투자금만 9조2580억원에 달하는 이번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연간 320만톤(t)의 석유화학 제품을 추가로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쓰오일은 이번 프로젝트를 발판 삼아 연료 중심 정유사업에서 석유화학 분야로 영역을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GS칼텍스는 친환경 중심의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최근 탄소 저감 사업을 확장하고 화이트바이오, 청정수소, CCUS(탄소 포집·저장·활용) 등 규모 있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27일)도 그린 사업 일환으로 윤활유 용기를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이 비(非) 정유에 힘주는 이유는 전통적인 정유 사업만 주력하기에 사업 경쟁력이 뒤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특히 정유업계는 유가나 정제마진 급락에 민감한 수익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또한 최근 악화된 업황으로 2분기 정유업계 실적 전망도 어두워지면서, 탈정유 중심의 신사업 개발은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에쓰오일 2분기 매출액은 8조8000억원으로, 지난 1분기 대비 약 2.64%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약 4500억원으로 추산된다. SK이노베이션 정유부문의 경우 1분기 5911억원에서 2분기 1725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의 실적 또한 부진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 일부에선 내년까지 유가와 정제마진 하락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유가의 경우, 이달 OPEC+의 감산 완화가 발표됐는데, 논-OPEC 국가들의 꾸준한 증산을 감안했을 때 내년 말까지 수급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제마진은 2018년 이후 NCC 업체들의 LPG 원재료 투입 비중 확대와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스 가격 하락으로 납사 소비량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는 평가다.

KB증권 전우제 연구원은 "지난달부터 유가와 정제마진 하락세를 보이는데, 내년까지 상방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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