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산양은 여전히 갈 곳이 없다…울타리·도로에 생존 위협

2025-02-27

녹색연합 무인센서카메라 관찰 결과

36번 국도·ASF 차단 울타리에 가로막혀

“서식지 파편화 극심…보전 방안 마련을”

멸종위기종 산양이 도로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울타리에 가로막혀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해 관찰한 결과 36번 국도와 ASF 차단울타리로 산양이 이동을 방해받는 모습이 다수 관찰됐다고 27일 전했다. 36번 국도는 충남 보령에서 경북 울진까지 이어진다. ASF 차단울타리는 강원·경기·경북·충북에 1831㎞ 길이로 세워졌다.

긴꼬리산양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취약’ 등급에 속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경북 울진은 긴꼬리산양의 전 세계 최남단 집단 서식지다.

울진군 금강송면에 위치한 소광리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과 왕피천 유역의 생태·경관보전지역은 산양의 주요 서식지인데, 36번 국도와 ASF 차단울타리가 이를 갈라놓아 산양이 극심한 서식지 파편화를 겪고 있다고 녹색연합은 말했다.

휴전선 철책(238㎞) 7배에 달하는 길이의 울타리는 야생멧돼지를 통한 ASF 확산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2019년부터 2021년에 걸쳐 설치됐다. 전문가들은 험한 산지에 울타리를 빈틈없이 치는 것은 불가능하며 다른 야생동물의 이동 경로만 차단할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정부는 1167억원의 세금을 들여 울타리를 세웠다. 이후 농가밀집단지로의 멧돼지 접근 차단을 위해 설치한 울타리까지 더하면 길이는 3000㎞에 달한다.

그러나 야생멧돼지 ASF 발생은 2019년 55건에서 2023년 735건으로 폭증했다. 강원 지역에서 경북을 넘어 2023년에는 부산에서도 전파 사례가 발견됐다.

녹색연합이 36번 국도를 따라 놓인 ASF 차단울타리를 확인한 결과 울타리가 훼손돼 있거나 문이 열려있는 곳이 18곳 발견됐다. 녹색연합은 “울타리가 멧돼지의 이동을 제대로 막고 있는지 실효성이 의심되는 가운데 야생동물 서식지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단절하는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훼손하고 단절시키는 방식을 재검토하고 울타리 설치에 집중된 현재의 방역 방식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양들은 이미 2022년 산불, 2024년 폭설로 집단 폐사했다. 녹색연합은 “산양은 폭설과 산불, 차단울타리와 36번 국도로 4중고를 겪고 있다”며 “울진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전 세계 최남단 집단 서식지인 것을 고려해 생물다양성 보전과 증진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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