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 이달 내내 봄축제

“디자인은 아름다움을 만들거나 형태를 다듬는 것보다 디자인적인 생각을 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고 인식하는 속에서 문제 해결의 솔루션을 찾는 게 디자인의 본질이기 때문이죠.”
지난달 23일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만난 서울디자인재단 차강희 대표의 말이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차 대표는 LG전자 디자인연구소장을 지내면서 LG전자 초콜릿폰과 프라다폰을 개발하는 등 틀을 깨는 디자인을 많이 주도했다. 2005년 출시된 초콜릿폰은 검은색 본체에 붉은색 터치패드가 탑재된 세련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디자인으로 예쁜 걸 만드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디자인을 통해서 세상을 바꾸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엉뚱한 짓을 많이 했죠.”(웃음)
차 대표는 “무엇이든 변화는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며 “작은 아이디어의 비전을 어떤 방향으로 가져가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차 대표의 겨울은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다가오는 봄을 어떻게 준비할지 고민했고, 그 계획을 현실화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 첫 번째가 이달 1일부터 31일까지 DDP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디자인으로 여는 상상의 세계, 2025 DDP 봄축제: 디자인 테마파크’다.
“‘일상축제’라는 컨셉트로 DDP에서 일 년 열두 달 내내 시민 누구나 장벽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디자인 축제를 만들려고 해요. DDP 내외부가 거대한 디자인 테마파크가 되는 거죠. 거기에 걸맞게 환상과 감각이 공존하는 야외 축제와 미디어 전시를 열 계획입니다.”

5월 한 달 간 DDP 어울림광장에는 동화 속 한 장면을 모티브로 한 대형 구조물이 들어서는데, 이 공간의 가장 큰 매력은 자유롭게 상상하고 그 생각을 그림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 피규어 완구 브랜드 플레이모빌과 함께 디자인 체험을 할 수 있는 ‘쑥쑥공작소’, 프랑스 디자인 브랜드 오마이(OMY)와 함께하는 드로잉월 ‘상상그림터’를 체험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미리 준비된 흰 벽에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털버덕 주저앉아 길바닥에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디자인 공간이 컨셉트에요. 그라피티 아트라는 장르가 원래 벽에 하던 낙서에서 시작됐잖아요. 예전에 동네 담벼락에 낙서를 하면 어른들한테 혼났지만 이곳에선 누구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그려볼 수 있죠.(웃음) 특히 아스팔트 바닥에 그림 그리기는 흔치 않은 경험이라 어른들도 묘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DDP 공원 팔거리에선 캐리TV의 ‘장난감 도서관’, 포디랜드의 ‘슈퍼포디레임 대형 전시’, 가족 참여형 ‘키링 만들기 체험’ 등이 운영된다. 잔디언덕과 잔디사랑방에선 종이비행기 페스티벌을 비롯해 글로벌 애니메이션 ‘라바’와 한-스페인 수교 75주년 기념 애니메이션 등이 상영되고, 3일과 5일에는 하트하트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열린다. 4일에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와 함께하는 ‘스타워즈 데이 2025’가 개최된다. 제국군을 포함해 다스베이더, 제다이의 기사 등 영화 ‘스타워즈’ 속 캐릭터로 분장한 매니아들이 퍼레이드를 벌이는 행사다.

지난달 25일 시작해 7월 31일까지 DDP 디자인랩 3층 디자인쇼룸에서 열리는 윤제호 작가의 전시 ‘이원공명’도 흥미롭다. AI와 디지털 기술에 대한 동시대적인 해석을 시도하는 전시로 레이저와 사운드를 활용한 설치작품이다. 단순히 눈으로만 감상하는 전시가 아니라 레이저 빛, 사운드, 반사 구조물 등 다양한 매체가 동원돼 관람객이 전시 공간을 걷는 동안 몸 전체로 빛과 소리, 그리고 움직임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의 일환으로 NASA의 우주 탐사 계획을 재구성한 톰 삭스의 ‘스페이스 프로그램’ 전시, 서울시립대 디자인과 김성곤 교수의 컬렉션을 바탕으로 대량생산 제품의 아름다움과 디자인 가치를 탐구하는 ‘공산품미학 파트 2: Good Appearance’ 전시,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의 헤리티지와 창조성을 엿볼 수 있는 ‘크리스찬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 전시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건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서울 한복판에서 모두 할 수 있다는 거죠. 어린이날을 비롯해 봄이면 어디든 가고 싶잖아요. 그런데 휴일에 시외로 나가려면 교통혼잡이 어마어마하죠. DDP에선 비가 와도 걱정 없으니 이만한 테마파크가 없어요.”
DDP 뒤쪽, 이간수문 앞에선 8월 개장을 목표로 ‘수(水)공간’ 작업이 한창이다. 시민들이 여름철 더위를 식히며 쾌적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야트막한 연못과 분수를 마련할 예정이다. “DDP에서 수많은 전시와 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외형적으로는 알루미늄과 시멘트로만 돼 있는 회색 건물이라 주변에 자연친화적인 힐링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얕게 연못을 만들어서 아이들이 그 안에 들어가 첨벙대면서 물놀이를 한다면 좋겠죠? 어른들에게는 그 시원한 물소리가 도심 안에선 쉽게 들을 수 없는 자연의 소리이니 자연스레 힐링이 되겠죠.”
물이 흐르면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게 돼 있다. 그렇게 물소리를 따라 모인 사람들이 휴식을 즐기다 DDP 주변에서 구경도 하고, 장도 보고, 먹거리도 경험하고. 도시인들에게 필요한 ‘쉼’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