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바다가 새로운 입지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뿜어내는 어마어마한 서버 열을 식히는데 유리한 조건이라서다. 생성 인공지능(AI) 챗GPT를 운영하는 오픈AI가 삼성과 손을 잡고 바다 위에 데이터센터를 띄우기로 했고, 아예 울산 앞바다에 데이터센터를 담그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은 오픈AI와 해상 데이터센터, 이른바 ‘플로팅(Floating) 데이터센터’ 개발에 나서기로 협의했다. 지난 1일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에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플로팅 데이터센터는 이름 그대로 바다 위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지상에서의 공간 제약을 극복하고 냉각에 필요한 해수를 멀리서 끌어오지 않고 바로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은 플로팅 데이터센터를 개발해본 경험은 없지만, 삼성중공업의 해상 플랜트 개발 역량과 삼성물산의 지상 데이터센터 건설 경험에서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 측은 “독자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플로팅 데이터센터, 부유식 발전설비, 관제센터 개발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데이터센터를 바닷속에 집어넣는 프로젝트도 한창 진행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2022년부터 해저 공간 창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중 데이터센터 기술을 개발해왔고, 지난해 10월엔 GS건설, 포스코와 업무협약(MOU)을 맺어 본격적인 친환경 수중 데이터센터 단지 구축을 위한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울산 앞바다 해저 30m 부근에 서버 10만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단지를 만드는 것이 골자다. 오는 2030년에 테스트베드를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이들이 바다로 향하는 이유는 향후 급증하는 AI 인프라 수요를 지상 데이터센터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데이터센터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190개소로, 2030년까지 300개소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육상에서 대형 데이터센터를 지을 경우 부지 확보, 건설 비용, 전력 인프라 확보 등에 수천억원이 소요된다. 또 소음·발열 문제, 낮은 고용 효과 등으로 지역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건설 시일이 늦어질 우려도 있다.
반면 수중 데이터센터는 부지 비용이 절감되고, 구조도 상대적으로 단순해 건축비를 약 30~40% 절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차가운 해수를 활용해 냉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육상 데이터센터의 경우 총소비 전력의 약 40%를 냉각에만 쏟아부어야 한다. 하지만 해수 연평균 수온이 13.3도 수준인 국내 연안 수심 30m 깊이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할 경우 전력을 최대 7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에서도 개발이 한창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하이난시에선 최근 수심 35m 바다에 첫 상업용 수중 데이터센터를 운영을 시작했다. 이보다 앞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도 2018년 오크니 제도 앞바다에 수중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나틱(Natick)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다만 바다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상용화하기까진 아직 기술적 장벽이 높다. 염분에 의해 시설 표면이 부식될 수 있고, 해양 생물이 파이프를 막거나 열 교환기 표면에 붙어 열 배출을 방해할 우려도 있다.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독성이 나올 수 있는 일반 도료 대신 나노 코팅 등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한택희 KIOST 책임연구원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폐쇄식 열교환기를 사용하는 간접식 냉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해수를 활용한 냉각 기술의 중요성은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