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햇볕이 들어 견딜만해요. 혹독했던 지난 여름이 더 버티기 힘들었죠.”
한파가 몰아닥친 이달 초 세종시 금강 세종보 상류 천막농성장. 임도훈 ‘보철거를 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시민행동)’ 상황실장은 매서운 강바람에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미소를 띠며 말했다. 임 실장은 동료들과 함께 작은 난로 하나에 의지해 천막을 지키고 있었다. 시민행동은 보 재가동을 막겠다며 지난해 4월말 세종보가 내려다보이는 강 상류 둔치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농성은 벌써 300일을 앞두고 있다.
세종보 천막농성은 정부가 보 해체 결정을 뒤집으면서 촉발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1월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통해 4대강 사업으로 금강에 설치된 세종보와 공주보를 해체하고, 백제보는 상시 개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결정은 2017년 11월 세종보가 완전 개방된 이후 수생태계 건강성이 개선됐다는 환경부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보 처리방안 마련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감사원 감사 결과와 환경부의 재검토 요청을 토대로 2023년 8월 보 해체와 상시개방 결정을 취소했다. 환경부는 이를 근거로 세종보 보수 공사에 들어가 지난해 상반기 중 보 가동을 정상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무렵 금강과 낙동강, 영산강 유역의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87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시민행동을 결성했다. 보 재가동 시기가 임박하자 몸으로라도 막겠다며 이들이 시작한 농성이 해를 넘겨 이어지고 것이다.
그 사이 현장 활동가들은 여름 호우와 보 수문 점검 과정 등에서 천막에 물이 차올라 긴급 대피하거나 고립되는 상황을 겪으며 농성장을 지켰다. 다행히 아직까지 보 재가동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임 실장은 “농성을 하고 있더라도 정부가 필요성이 있었다면 어떻게든 벌써 보를 재가동 했을 것”이라며 “이는 보를 닫을 이유나 근거가 없고 정책적 확신이 부족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세종보를 정부의 물관리 정책 퇴행을 막을 보루로 여긴다. 세종보는 4대강 사업 때 선도지구로 지정돼 전국 16개 보 가운데 가장 먼저 준공했다. 4대강 16개 보 중 가장 장기간 완전개방을 통해 강의 재자연화를 확인한 곳도 세종보다. 정부가 지난해 7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국에 14개의 댐을 건설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도 이들이 농성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됐다. 댐 건설 계획 역시 국가 주도의 댐 건설을 중단한다는 전 정부 때의 물관리 정책을 뒤집는 것이다.
임 실장은 “세종보 재가동은 단순히 보 하나를 열고 닫는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역행하는 물정책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4대강 사업으로 가장 처음 만들어졌고 개방을 통한 자연성 회복의 시작점이 된 세종보에서 4대강 사업 투쟁의 끝을 보고, 역행하는 물정책이 정상화 될 때까지 댐 건설 반대 주민 등과 연대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