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도 양극화, 필수·지역 의료 갈 길 멀다

2025-09-02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1일 복귀했다. 그러나 복귀 수준은 지역·전공과목별 불균형이 심각하다. 2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총 7984명이 선발됐다. 우려한 대로 비수도권 병원의 전공의 충원은 절반을 가까스로 넘겼고, 필수의료 과목은 ‘복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저조하다. 제주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다고 한다. 의·정 갈등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는데, 극한 대립의 출발선이 된 필수·지역 의료 이탈은 더욱 심각해졌다.

전공의 지원은 수도권 쏠림, ‘인기과’와 ‘기피과’ 격차가 더 뚜렷해졌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수련병원이 63.0%였으나, 비수도권 수련병원(53.5%)은 절반을 겨우 넘었다. 지역 병원을 사직한 전공의들이 수도권으로 대거 자리를 옮긴 걸로 보인다. 인기 과목으로 꼽히는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은 각각 89.9%, 91.9%, 89.4%를 기록해 전공의가 대부분 복귀했다. 반면 소아청소년과(13.4%)·심장혈관흉부외과(21.9%)·응급의학과(42.1%)·산부인과(48.2%) 등 필수의료 과목은 지원율이 턱없이 낮다. 이러다간 지난해 곳곳에서 의사가 없거나 부족해 벌어진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이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이 불균형을 바로잡자는 것이 의료개혁의 본질적 출발점이었다.

의대 증원은 지역·필수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료개혁 방안으로 추진됐다. 찬성 여론이 높았던 것도 이 문제에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 영향이었다. 하지만 ‘2000명’이라는 숫자가 불쑥 튀어나와 의·정 대화와 의대 증원이 헛발질로 끝나면서 그 목표에는 닿지도 못했다. 의사 수를 늘리겠다는 목표와 달리 올해 신규 의사 배출은 10분의 1로 줄었고, 필수·지역 의료는 지원자가 더욱 줄어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의료 환경의 실질적인 변화다. 필수·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해선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이 분야에 종사할 의사를 키우는 것이 관건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로 제시한 공공의료 사관학교 설립과 지역의사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또다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있을 수 있다. 의료계는 ‘대안 제시 없는 반대’만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이재명 정부는 의료대란을 부른 윤석열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의료개혁을 완수하길 바란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