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엄친아 조니 김

2025-04-09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작년 9월 19∼34세 자녀를 둔 45∼69세 남녀 16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66.9%는 ‘자녀의 성공과 실패에 부모의 책임이 있다’는 데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능력이 있는 한 자녀를 계속 지원할 생각’이라는 응답은 42.1%에 달했다. 이처럼 동양 문화권은 자녀 인생을 책임져야 올바른 부모라는 관념에 지배받아왔다.

그 책임감 이면에는 지원한 만큼 자녀가 잘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속내가 자리 잡고 있을 터다. 우리 사회에서 ‘엄친아’(엄마친구아들) ‘엄친딸’(엄마친구딸)은 이런 이상적인 기대치를 대변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동양의 가치관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지난 8일부터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임무를 시작한 한국계 미국인 우주비행사 조니 김(41)을 집중 조명한 기사에 ‘네이비실(해군특전단), 하버드대 의사, 미국항공우주국 우주비행사. 엄마에게 이 과잉성취자(Overachiever)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인 이민자의 아들인 그는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에서 영웅으로 칭송받는 동시에, 반은 농담으로 (그와 비교되는 것이) ‘모든 아시아계 자녀의 악몽’으로 두려움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사실 조니 김의 성장 스토리에서 눈여겨볼 점은 부모의 지원이 아니라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왔다는 데 있다. 그가 18세 때 아버지는 술에 취한 채 가족에 총을 겨눴다가 출동한 경찰의 총격에 숨졌다. 알코올 중독을 앓던 아버지의 폭력과 학대에 그는 사랑하는 어머니와 동생을 지킬 강한 사람이 되고자 고교 졸업 후 바로 해군에 입대했다. 이라크전에서 다수의 훈장과 표창을 받고 돌아온 20대 후반 군의관이 되려고 공부와 육아,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했다. 이후 해군에서 전투기 조종사 훈련을 마치고 우주비행사에까지 도전했다.

부모의 기대를 한껏 받고 자라난 우리 청년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일구고 있을까. 보사연이 부모 세대와 같은 기간 19∼34세 1000명을 조사했더니 62.2%는 자녀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때까지 부모가 생계를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부모의 희생과 헌신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젊은이를 키워낸 대한민국은 건강한 사회인지 묻고 싶다.

황계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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