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가전 사업이 수장 공석 사태를 맞았다. 지난 25일 별세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소비자경험(DX)부문장과 생활가전(DA)사업부장, 품질혁신위원장을 겸해 왔는데, DA사업부는 부문과 사업부의 최종 권한자가 동시에 비어버린 것이다.

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 생활가전을 다루는 DA사업부는 지난해 매출 26조원을 올려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8.5%가량을 차지했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MX사업부(매출 114조원)나 TV·모니터의 VD사업부(31조원)보다 매출은 적지만, 제품군이 다양하고 소비자 접점이 많다.
최근 중국업체의 공세로 경쟁이 심화하고 수익성은 하락 추세다. 비용 효율화뿐 아니라, 중국 업체들이 ‘물걸레 로봇 청소기’를 먼저 내놓아 시장을 장악한 것 같은 제품의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TV 개발 전문가인 고(故) 한 부회장은 지난 2022년 가을부터 DX부문장·VD사업부장·DA사업부장을 겸했고, 2023년말 VD사업부를 용석우 사장에게 넘겼으나 DA사업은 계속 직접 챙겨 왔다.
그는 삼성 가전사업을 ‘아픈 손가락’이라며 문제의식을 공공연히 드러내 왔다. 삼성의 AI 기술을 가전에 도입하고 모바일까지 연결해 고객 경험을 높이는 ‘초연결 스마트홈’과 ‘AI 가전’ 등으로 고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업 간 거래(B2B)를 키우기 위해 LG전자 출신의 미주 냉난방공조(HVAC) 사업통 임원을 영입하고, 지난해 미국 HVAC 기업 레녹스와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소비 심리와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소비자거래(B2C) 위주의 가전 사업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현재 삼성전자 사장급 이상(회장, 부회장, 사장) 임원 24명 중 DA사업부 소속은 없다. 네트워크사업부는 매출이 DA사업부의 10분의 1 정도이지만, 꾸준히 사장 승진자를 배출하며 지금도 사장급(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이 이끄는 것과 대조된다.
DA사업부는 26일 가전 신제품 발표 행사를 계획했으나, 한 부회장 별세로 28일로 미뤘다. 오는 28일 행사에는 문종승 DA개발팀장(부사장)이 나설 예정이다. 문 부사장은 베트남 부품 공장 담당과 브라질 TV·가전 공장장, 생산기술연구소장 등을 거쳤다. 글로벌 제조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사업부 신망이 있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