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건설업계, 중동정세 불안에 해외수주 텃밭 흔들리나

2024-11-08

트럼프 당선인, 중동 강경책 예고...중동지역 발주 감소 불가피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국내 기업의 중동 수주 뚝

670조 규모 우크라이나 재건 공사는 기대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국내 건설업계가 중동지역의 수주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현 바이든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중동 강경책을 예고한 바 있다. 중동정세 불안은 공사 발주의 감소로 이어져 국내 기업의 텃밭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집권 이후 힘을 기울인 부분이 사우디 네옴시티나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건설수주였던 점을 감안할 때 자칫 2년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 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면 미국을 비롯한 태평양·북미의 수주도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동에서 강경 외교 정책을 펼칠 경우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 감소라는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이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강경노선을 지지하고 이란 및 하마스, 헤즈볼라 등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일 공산이 크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지난 2019년 이란의 석유 생산업체를 이란 혁명수비대가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판매를 제재한 바 있다. 이번 2기 때에도 친이스라엘 정책을 펴면서 이스라엘과 각을 세우는 국가들과 날 선 공방이 예상된다.

문제는 중동지역은 국내 건설사들의 주요 텃밭이란 점이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중동에서 총 38건, 119억4094만달러(약 16조5441억원) 규모 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전체 해외 수주액(211억1199만달러)의 56.5% 달하는 규모다.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과 비교하면 절대적인 수치다.

중동에 긴장감이 고조되면 신규 공사는 줄어들고 계획한 프로젝트는 일정부분 지연될 수 있다. 대외 관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대 수조원에 달하는 공사 발주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대체로 중동지역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5년 건설업계의 중동지역 수주는 165억3025만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기간인 2018년에는 92억 448만달러, 2019년 47억5729만달러로 급격히 줄었다. 이 당시가 금리인상 등 대외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시기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강경책도 중동지역 발주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수주 기대감은 존재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수차례 언급했다. 키이우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우크라이나 재건에 필요한 금액은 4863억달러(673조원)로 추정됐다. 우리나라의 올해 예산 규모(639조원)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주거(589억달러), 사회기발시설(368억달러), 산업자본(131억 달러) 등 건설 인프라 발주가 상당부분을 차지해 국내 건설업계의 참여가 기대된다.

건설업계는 우크라이나 재건 기대감보다는 중동 리스크가 더 크다는 시각이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본격화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데다 국내 기업이 얼마나 참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 해외사업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비용이 6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국내 건설업계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공사 수익성, 안정성 등을 사전에 검토해야하고 우크라이나가 재건 비용을 감당할 재원이 없기 때문에 공사비 조달 여건 등도 논의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트럼프 재집권 이후 중동정세가 불안해지고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이 지역의 신규 발주가 줄어들 것"이라며 "무리해서 해외사업을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동 수주가 어려워지면 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수주 전략 지역을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eed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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