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 나라 법정이 눈을 흘긴 죄

2025-04-16

그 나라 안에서 협조하는 사람이 없으면 다른 나라가 집어삼킨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유비와 제갈량이 오랜 구상을 거쳐 촉으로 쳐들어갔다. 처음부터 계산한 일이지만, 농서(隴西·감숙성)를 차지하니 촉나라(익주)까지 차지할 욕심이 간절했다. 이를 득농망촉(得隴望蜀)이라 한다. 그때 익주에는 법정(法正)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호가 효직(孝直)인 것으로 보아 가문도 훌륭했을 것이다. 지략과 경륜을 갖추었으나 주군인 유장(劉璋)이 그를 중용하지 않자 주군을 버리고 유비의 침공에 협조하여 촉의 건국에 큰 공을 세웠다.

제갈량은 법정을 촉군 태수로 임명했다. 승상 다음 자리였다. 태수로 임명된 법정은 평소 밥 한 끼 대접받은 은혜와 눈 한 번 흘긴 원한(一餐之德 睚眦之怨, 일찬지덕 애자지원)까지 모두 잊지 않고 갚았다. 이는 본디 『사기』 ‘범저·채택열전(范睢 ·蔡澤列傳)’에서 범저의 처신을 두고 한 말이다.

어떤 사람이 법정의 그런 처신을 제갈량에게 알렸다. “법정이 너무 권력을 믿고 남용하는 듯하니 조금 나무라심이 옳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제갈량이 이렇게 말했다. “지난날 주공께서 어렵게 형주를 지키시면서 북쪽으로는 조조가 두려웠고 동쪽으로는 손권을 꺼리면서도 오직 효직이 곁에서 보필하여 날개를 펴고 오늘에 이른 것이 법정의 공로인데 어찌 다시 말릴 수 있겠소?”

그러고서는 법정을 나무라지 않았다. 법정이 그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몸을 단정히 했다. (『삼국지』 65회) 아마도 머리가 명민한 제갈량이 그런 사정을 흘렸을는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가에는 온갖 희한한 일이 다 벌어지고 있다. 장관이 국회에서 의원을 째려보았다는 것이 동티가 되어 탄핵 소추가 되었다. 눈 흘긴 죄뿐이었을까마는, 그것이 화근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정치가 너무 옹색하게 질주하고 있다. 그것도 비탈에서….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