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항소심에서 징역 7년8월을 선고받았다. 원심에 이어 항소심 역시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이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비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수원고법 형사1부(문주형 김민상 강영재 고법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이 전 부지사에 대해 징역 9년 6월에 벌금 2억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8월에 벌금 2억5000만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경기도의 스마트팜 대납비, 이 대표의 방북비에 대해선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과 방용철 쌍방울 그룹 부회장이 허위진술을 할 뚜렷한 동기를 찾아볼 수 없다”면서 “여러 국가정보원 문건 등이 피고인의 스마트팜 대납비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쌍방울 그룹이 대북 사업으로 나노스 주가 부양을 기대했다는 점은 보인다. 하지만 피고인의 요청이 없었다면 (김 전 회장 등은) 북한 인사들과 접촉하지도, 대북사업을 추진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피고인과 무관하게 송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대표의 방북비에 대해선 “(김 전 회장 등의) 출입국 현황, 출장 기록 정산서 등이 진술을 뒷받침하고 있다”면서 “국정원 문건 등에 일부 김 전 회장의 방북 추진 내용이 나와 있기는 하나 그와 같은 절차가 진행됐다는 자료는 없다. (이 전 부지사의 주장처럼) 오로지 쌍방울 그룹이 합의서 체결을 위한 방북 목적으로 (북한에) 거액의 자금을 지급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원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대북송금이 이 대표를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표의 대북송금 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대북송금 사건은 이 전 부지사의 사건과 증거관계가 대부분 일치한다.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혐의에 대해선 사실관계를 다루는 ‘사실심’은 모두 끝나고 법률문제에 대해서만 다투는 ‘법률심’만 남은 것인데, 사실심 마지막 단계인 2심에서 쌍방울 대북송금이 이 대표를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이 대표 재판에서도 대북송금의 목적을 추가 심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의 대북송금 사건 재판은 이 대표 측이 최근 법관 기피신청을 제기해 중지된 상태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2022년 7월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법인카드 및 법인차량 사용 제공, 자신의 측근에게 지급할 허위 급여 등을 받은 혐의로 2022년 10월 14일 기소됐다. 이후 경기도가 북측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스마트팜 사업 지원비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 등 총 800만 달러를 쌍방울이 북측 인사에게 전달했다는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