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징역 7년8월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처럼 “쌍방울의 대북송금은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비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사례금”이라고 판단했다.
수원고법 형사1부(문주형 김민상 강영재 고법판사)는 19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의 항소심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또 벌금 2억5000만원과 추징금 3억2595만원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월형과 벌금 2억5000만원, 추징금 3억2595만원을 선고했었다.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에겐 원심과 같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뇌물죄는 공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해치는 중대한 범죄고, 정치자금법 위반죄도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자금법의 입법취지를 훼손한 것으로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며 “피고인은 전직 국회의원이자 정치인으로서, 쌍방울그룹의 사외이사를 그만둔 후에도 계속하여 법인카드 등을 제공받아 사용했고 총금액도 3억2000만원에 이른다”고 판시했다.
이어 “외국환거래법 위반죄 범행의 실행은 김성태(전 쌍방울그룹 회장)가 했고, 비용 대납 경위에 쌍방울그룹 자체의 대북사업 진행을 위한 의도도 포함되어 있으나, 피고인도 스마트팜 비용 및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대납 요청을 한 책임이 있다”며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이 경기도 사업비라는 것을 인정했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경기도 평화부지사, 킨텍스 대표이사 사장 재임 기간 중 쌍방울그룹 계열사 법인카드와 법인차량 등을 제공받고 지인 문모씨를 허위 직원으로 등재해 급여를 주게 한 혐의로 2022년 10월 구속기소됐다.
이어 쌍방울그룹이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북한에 800만 달러를 밀반출하는 데 관여한 혐의와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지난해 3~4월 추가기소됐다.
쌍방울의 대북송금 의혹은 경기도가 북한 측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스마트팜 사업비(약 500만 달러)와 당시 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약 300만 달러)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영철 조선아태위 위원장에게 대신 전달해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과 공모해 거액의 달러를 신고와 허가도 없이 중국으로 밀반출해 금융제재대상자인 조선노동당에 지급한 것으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인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지난 6월 7일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월(정치자금법 위반 징역 1년 6월·특가법상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징역 8년) 및 벌금 2억5000만원, 추징 3억2595만원을 선고했다. 경기도가 지급해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와 도지사 방북비를 쌍방울이 북한에 대납했다는 점을 모두 인정했다.
이번 판단은 진행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제3자뇌물 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가 이 전 부지사와 공모해 2019∼2020년 김 전 회장에게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납하게 하고, 그 대가로 김 전 회장에게 '쌍방울그룹 대북사업에 대한 경기도의 지원과 보증'을 약속한 혐의(제3자 뇌물 등)로 지난 6월 12일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이 전 부지사의 항소심 선고로 ‘쌍방울 대북송금’의 사실관계가 확정된 만큼, 이 사건과 증거 관계가 동일한 이 대표 재판에선 ‘대북송금 행위 및 목적’에 대한 추가 심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 대표의 제3자 뇌물 사건 재판은 이 대표 측이 이 사건을 심리하는 수원지법 형사11부가 “불공평할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며 지난 13일 법관 기피신청을 제기해 중지된 상태다.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 대략 2∼3개월 중단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