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석 기자(jsk@mk.co.kr), 정상봉 기자(jung.sangbong@mk.co.kr)
‘계엄령 선포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의 입지가 위태로워지자 정책 수혜로 시장에서 주목받았던 종목들이 줄줄이 하락했다.
윤 대통령의 대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주와 정부가 키우던 원전 섹터 등이 두자릿수 하락률을 나타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대왕고래 테마의 대장주로 꼽히는 한국가스공사는 전날보다 18.75% 하락한 3만3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가스공사는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주가가 2만원대에 불과했지만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지난 6월에는 주가가 6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물리검층 용역 계약을 맺은 화성밸브의 주가는 26.04%의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전략 회의’에 참여해왔던 포스코인터내셔널(-12.62%)과 비상장사인 GS에너지와 함께 자원 개발 사업을 하는 GS글로벌(-12.37%) 등도 10%가 넘게 떨어졌다.
계엄령 소동의 여파로 원자력 발전 관련주도 일제히 하락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전 거래일 대비 10.17% 떨어진 1만9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는 전날 2만1150원을 찍으며 최근 한 달 동안 약 20% 가까이 오른 상태였다.
다른 주요 원전 관련 종목들-도 시장 하락률에 비해 더 큰 낙폭을 보였다. 비에이치아이는 17.85% 떨어진 1만4860원에 거래를 마쳤고, 한전기술과 한전KPS도 각각 15.77%와 9.77%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우리기술도 12.16%의 높은 하락률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불가리아 원전사업 건설공사를 수주한 현대건설은 상대적으로 낮은 4.14%의 하락률을 보였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수혜 업종인 금융업종의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이날 코스피가 1.44% 하락하는 동안 KRX 은행 지수와 KRX 보험 지수는 각각 4.33%와 4.42% 떨어졌다. 하나금융지주와 신한지주는 6%대 하락률을 기록했으며, KB금융과 DB손해보험 등은 5%가 넘게 주가가 내렸다.
이날 윤 대통령을 향한 탄핵 소추안까지 발의되면서 퇴진 압박이 거세지자 정부 추진 사업이 위축될 거라는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에서 직접 나서 발표하면서 성공 의지를 드러낸 사업이다. 최근 야당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관련 예산을 505억원에서 497억원을 삭감하는 등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만큼 앞으로 동력이 지속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원전 산업도 윤 대통령이 원전 수출 지원과 원전 생태계 정상화를 위한 제도 개선 의지를 밝히는 등 지원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10월 경북 울진에서 열린 신한울 원전 3·4호기 착공식에서는 “원전은 대한민국의 발전과 번영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견인차”라며 원전 산업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도 말했다.
이전 정부인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 기조로 에너지 정책을 운영했던 만큼 탄핵 등으로 인한 정권 교체 시 원전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이 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가 하락에 대해 “계엄령이 엎어지고 탄핵안이 발의되면서 정권이 바뀌었을 때 원전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부풀었기 때문에 방어주를 중심으로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의 경쟁사로 꼽히는 마이크론이 미국 증시에서 3일(현지시간) 급등하는 등 글로벌 자금들이 한국의 정치 리스크를 반영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음식료와 통신, 서비스 등 방어적 특성을 가진 업종을 주목해야 한다”며 “배당 매력이 큰 종목들도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때 미리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도 유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